趙芝薰은 우리 현대시와 시단, 지성사에 거연히 솟아오른 크고 높은 산봉우리다. 그는 시인으로 자처했으나 여느 시인처럼 詩作만을 일삼은 데 그치지 않았다. 시를 쓰기 전부터 그는 민족 운동의 선구자적 자질을 보였다.조지훈이 경상도 주실에서 상경한 것이 그의 나이 17세를 헤아린 1936년이다. 그는 상경하자 곧 기미독립 선언의 33인 가운데 하나인 한용운을 찾았고 이어 다음해에는 그와 함께 만주 항일 투쟁의 거벽인 一松 金東三의 죽음에 임해 그의 시신을 서대문형무소에서 인수하는 데 일역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