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아직 꿈이 없다고? 괜찮아! 짬뽕이 좋은지, 짜장이 좋은지는 많이 먹어 봐야 아는 거니까! 수리네 담임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장래 희망을 갖는 게 중요하다면서, 반 아이들에게 말한다. “너희도 잘 아는 김연아나 박태환을 봐. 어릴 때부터 꿈을 갖고, 이루려고 노력해서 지금처럼 세계적인 운동선수가 된 거야.” 하지만 선생님의 말에 반 아이들은 이렇게 답한다. “선생님, 전 운동은 좋아하지만 선수가 되고 싶진 않아요.” “지금 하고 싶은 건 많아요. 오락기도 갖고 싶고, 새로 나온 레고도 사고 싶고, 놀이공원에 놀러도 가고 싶어요.” 한국의 어린이들은 이제 공부뿐 아니라 꿈도 강요당하며 산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룬 이들을 언론을 통해 우상화하면서, 사회는 어린이들에게 일찍부터 확실한 비전과 진로를 요구하고 있다. 무궁무진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어린이들에게 어른의 시선으로 현실적인 직업관을 추궁하는 게 옳은 일일까? 우리 어린이들은 미래를 향한 희망과 가능성이 넘쳐나는 시기에 있다. 굳이 ‘장래 희망’이라는 틀에 갇혀 미리 답을 정해 놓을 필요도, 이랬다저랬다 꿈을 찾아 헤매는 걸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꿈짜면 곱빼기 주세요!》의 주인공인 수리는 용감하다. 장래 희망을 물어보는 선생님의 질문에 수리는 사실대로 없다고 말했다가 꿈을 찾아오라는 ‘특별 숙제’를 받는다. 하지만 수리에게 어른들의 입맛에 맞는 ‘적당한 꿈’이란 없다. 조은 상가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이었는지’를 묻고 다니며, 정말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짜장면을 실컷 먹고 싶었던 의사 선생님과 막 퍼주는 게 꿈인 백년 할머니, 뚱뚱하지만 예쁜 발레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엄마, 세상의 국수를 몽땅 먹은 후에 제일 맛있는 특별한 국수를 만들고 싶은 아빠까지……. 수리는 이미 커 버린 어른들의 지난 꿈 이야기에 함께 울고 웃으면서, 점차 자신에게 어울리는 꿈이 무엇인지 찾아 나간다. 하신하 작가는 수리와 엄마, 아빠, 백년 할머니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하나씩 하다 보면 꿈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조금 늦어도, 서툴러도 상관없다”고 다독인다. 온 상가를 휘젓고 다니는 수리는, 이작은 화가를 만나 “뾰족한 붓 모양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온갖 사람과 사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보통 아닌 아이”로 다시 태어났다. 《꿈짜면 곱빼기 주세요!》는 수리의 입을 빌려 어린이들에게 말한다. 꿈이 없다고 두려워할 것 없다고. 짬뽕이 좋은지, 짜장이 좋은지 알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먹어 보고, 많이 꿈꾸라고 말이다. ● 책 속에서 “아빠, 내가 커서 뭐 됐으면 좋겠어?” “아무거나.” 아빠의 시원한 대답에 엄마가 소리를 꽥 질렀다. “그게 말이 돼! 아무거나 시키는 손님이 제일 싫다며! 왜 애한테는 아무거나 되라는 거야? 당신은 우리 수리가 아무거나 됐으면 좋겠어?” “내 말은…… 뭐가 됐든 하고 싶은 걸 하라는 거잖아.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 거야!” 아빠도 지지 않고 큰소리쳤다. 엄마와 아빠는 평소에도 목소리가 아주 컸다. 그런데 지금 엄마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크다. “이왕이면 폼도 나고 돈도 잘 버는 걸 하라고 해야지. 자식한테 아무거나 되라니, 잘한다 잘해! 수리야, 네 꿈은 이제부터 의사라고 딱 정해. 자고로 꿈이 커야 큰 인물이 되는 거야. 엄마 말 들어.” 곧 부부 싸움을 할 분위기였다. 평소에는 일부러 엄마에게 져 주는 아빠가 이번에는 밀리지 않았다. “뭐가 됐든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최고다.” “근데 아빠, 그게 뭔지 모르겠다니까!” “인마, 짜장이 좋은지 짬뽕이 좋은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짜장이 좋은지 짬뽕이 좋은지는 어떻게 알아?” “많이 먹어 보면 알지! 아무리 먹어도 안 질리고 자꾸 먹고 싶은 게 진짜 내가 좋아하는 요리인 거다!” --- {짜장면을 실컷 먹고 싶었던 의사 선생님} 22~2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