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3부작인《미래에서 온 편지》,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1, 2》로 진정한 자아를 찾아 방황하는 여성들에게 ‘내 안의 여신 찾기’ 붐을 일으켰던 현경 교수의 신작 에세이. ‘연약함의 힘(the Power of Vulnerability)’을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꿀 새로운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평생토록 붙들고 온 여성, 환경, 생명 등의 화두를 현경 교수는 ‘연약함의 힘’으로 묶어 냈다. 그가 말하는 연약함은 그저 가녀린 부드러움이 아니다. 소통과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성숙한 부드러움이다. 단순히 부드러운 여성들의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피라미드의 정점으로만 향하려는 남성에게도 부드러운 여성성, 즉 여신의 힘을 배우라고 강조한다. _최재천(국립생태원장,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의 저자) 1. ‘연약함의 힘’이 온다! ‘연약함의 힘’은 TED의 최고 인기 강사이자 휴스터 사회 복지 대학원 연구교수인 브레네 브라운(Bren? Brown)이 진정한 자기 모습대로, 사랑과 소속감, 기쁨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힘으로 제시한 것이다. 연약하지만 부드럽고 소통을 불러일으키는 힘이다. 현경 교수는 평생 붙들고 온 여성, 환경, 생명의 화두를 이 ‘연약함의 힘’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냈다. 지금까지의 세상은 남을 지배하고 종속시키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주도해 왔다면, 이제는 ‘연약함의 힘’처럼 돌봄과 배려, 상호 존중의 관계성과 창의성에서 나오는 힘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리라고 단언한다. 그녀는 지배와 억압의 가부장적인 위계질서는 오랜 세월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고, 열등감, 수치심에 시달리게 하였고, 그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답게 살아갈 수 없었다고 말한다.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참 자아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약함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경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연약함의 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 참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공감할 수 있는 힘, 진실대로 살기 위해 모험할 수 있는 힘, 모험에 동반되는 불안과 두려움을 견뎌 내는 힘, 자신이 원하는 것과 남이 원하는 것이 상충될 때 관계의 성장을 위해 균형 있게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힘 등입니다.(본문 166쪽) 이 힘은 모든 생명을 가장 자기답게 자라고 꽃피우고 열매 맺게 한다. 또 힘 있는 자 앞에서 쫄지 않고, 힘없는 자 앞에서 우쭐대지 않으며, 진정한 자기 내면의 빛을 따라 살게 한다. 이러한 ‘살림’의 힘은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 자기다움의 떨림에서 나오는 힘이라 누구도 통제할 수 없”으며, 권력과 돈,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현경 교수는 말한다. 끝도 없이 팽창해 가는 신자유주의, 그에 따르는 전쟁과 지구 생태계 파괴 속에서 현경 교수는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극복하고 모든 생명을 존중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답을 찾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세계의 여러 공동체를 찾았다. 그리고 이 ‘연약함의 힘’으로 자신과 그 주변을 변화시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가깝게는 목사 대신 농부가 되기를 택한 제자들부터 미국 노숙자들의 배트맨, 스패니시 할렘의 가난한 여성들에 의해 성자로 추대된 아다 마리아 이사시 디아스, 캠프 디바의 창시자 안젤라 패튼, 사랑에 대한 큰 깨달음을 준 일흔의 할머니까지 ‘참 자아’라는 성소에 발을 딛고 살림의 기운을 펼치는 이들의 이야기는 읽는 이의 눈을 밝히고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2.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미와 개미의 힘 세월호 사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변화의 실마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한 때 저자는 진정한 변화와 진화를 가능하게 할 힘으로 ‘연약함의 힘’을 제시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꿈에서 깨어나 눈을 밝게 뜨고 ‘살림’의 기운으로 죽임당하고 있는 것들, 죽어 가고 있는 것들을 살려 낼 때 그 기운 속에서 그 아이들도 우리를 통해, 우리와 함께 살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가능하게 하는 힘을 ‘개미’와 ‘거미’에 빗대 설명하고 있다. ‘지배’와 ‘복종’이라는 맹수의 힘이 아니라 부정의와 억압이라는 거대한 피라미드에 수억의 구멍을 내어 무너뜨리는 건강한 개미의 힘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리고 우리 몸에서 짜낸 실로 거미처럼 네트워크를 만들고 넓혀 갈 때, 그 부드러운 거미줄로 맹수를 잡을 날이 올 것입니다.(들어가는 말 중에서)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을 한 번에 깨부수기란 쉽지 않다. 권력 앞에 쫄지 않고 힘없는 자 앞에서 우쭐대지 않으며 자신의 진정한 자아에 굳건히 서서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지면 도무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이 세상의 제도들도 서서히 바뀌어 갈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연약함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3. 행복, 마음에 난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 이 연약함의 힘은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는 것인가? 저자는 “인생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내가 누군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된 사람에게만 하늘이 허락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인생길을 가는 동안 수없이 불행과 맞닥뜨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얻게 되는 힘인 것이다. 현경 교수는 이 책에서 인생길을 살며 겪었던 아픔과 방황도 담담하게 털어 놓는다. 아주 심한 우울증에 빠져 삶에 대한 모든 의욕을 잃었던 때, 그녀가 얻은 깨달음은 우리 영혼이 슬퍼하고 있을 때 어른스럽게 빨리 넘어가라고 재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행이야말로 우리 영혼의 ‘마스터 클래스’이며,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불행이라는 손님이 찾아왔을 때 잘 대접해서 보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불행 덕분에 영혼의 근육을 기르게 되고, 행복의 고마움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불행이 없었다면 위대한 종교적, 예술적, 학문적, 사회적 실험들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행복은 마음에 난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라고 말하는 현경 교수의 이번 책은 쉽게 상처받고, 자주 흔들리는 영혼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스스로 만든 틀에서 벗어나 함께 앞으로 나가자고 손을 내민다. 그리고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신 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함께 꿈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