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는 결코 채워지지 않을 욕망에 사로잡힌 여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단면을 새기다
서른두 살의 효정은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그저 남들 하고 사는 것처럼 살고 싶지만, 단순하고 정직한 욕망은 전혀 이루어질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주치의인 정신과 의사 정 박사는 약 대신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효정에게 시내의 호텔 이름을 적은 종이를 건넨다.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문자로 보내드리죠. 병실 밖에서 해드릴 수 있는 치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묘한 흥분을 안고 호텔 방을 찾아간 효정은 표정 없는 젊은 남자가 건네는 눈가리개를 한 채 그의 손에 몸을 맡기는데…….
마사지인지 애무인지 불분명한 손길은 그러나 특정한 목적을 지니고 움직였다. 유두의 아래를 꾹꾹 확인하듯 누르고 허벅지의 한 지점을 아플 정도로 자극한다. 팬티의 선이 닿는 부위를 따라 손가락에 힘을 주어 더듬으면 살면서 한 번도 의식하지 못했던 죽은 근육이 살아 숨 쉬는 느낌이 들었다. 그곳을 자극함으로써 쾌감을 더욱 쉽게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효정은 알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그리고 또 한 사람……
낮의 얼굴과 밤의 얼굴,
조화시킬 수 없는 두 개의 가면을 번갈아 쓰는 여자
낮에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밤에는 룸살롱에서 술 파는 여자로 살아가는 승주. 그녀는 룸살롱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 한 계절을 보내도록 누구에게도 들킨 적 없던 비밀을 정 박사에게 간파당하고 만다. 그녀는 무언가에 홀린 듯 이야기를 꺼내 놓는데…….
“잠깐만이라도, 내가 선생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선생 아닌 나로 살아보고 싶었어요.”
욕망을 향한 지독한 갈증, 가면을 쓴 여자들의 비뚤어진 일탈! 《페이시스》
페이시스 / 김고은 / 로맨스 / 전2권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