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는 프라하에서 태어난 독일계 유대인으로 부모의 글쓰기에 대한 몰이해, 아버지의 강요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보험공사 근무와 연인 펠리체와의 약혼과 불행하게도 뜻하지 않은 파혼의 거듭, 그리고 폐결핵으로 장기간의 투병 생활의 험란하고 고독한 삶을 보냈다. 1902년부터 1924년 카프카가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까지 그가 많은 서신을 통하여 고백하는 ‘숙명적 이방인의 우울’과 ‘고립된 문학인의 초상’, 카프카의 편지광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막역한 친구들에게 보낸 많은 편지글은 문학을 위한 습작이요, 고백이며, 한탄이기도 하다. 1902년부터 쓰기 시작한 카프카의 편지 내용 중에는 카프카가 평생지기 막스 브로트에 대한 우정은 각별하다. 브로트의 생일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예전부터 어떤 선물을 줄 것인가를 고심한 끝에 책 두 권과 조약돌 한 개를 선물로 주는 따뜻하고 세심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카프카에게 많은 도움과 어려움을 함께 나눈 친근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문학적 가치와 더불어 카프카의 삶과 가치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것을 엄선하여 100통의 편지를 연대순으로 배열하였다. 편지의 내용은 문학이나 철학에 관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소박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다룬 것들이다. 신경쇠약과 폐결핵에 시달리면서 요양소나 여러 여행지에서 보낸 것이 많은데, 기괴하고 난해한 작품세계와 달리 부드러운 모습과 때로는 친구를 가족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배려와 자상한 면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편지 중에 카프카가 폐결핵에 걸린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전하는 모습은 부모님의 근심 걱정을 덜어드리려는 애틋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한 막스 브로트에게 보낸 편지 중에 친구들에게 독서, 문학 작품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논의하는 내용은 카프카가 추구한 문학 세계의 단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마지막 편지의 수신자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를 영생하게 했다. 그는 유언 집행자로 지정되어 “마지막 부탁이네, 내가 쓴 모든 것을 읽지 말고 불태워주게!”라던 친구의 유언을 지키는 신의 대신에 카프카의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세상에 공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