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도 우파도 없는 이상한 한국 정치
절망 중독 사회에서 무엇을 꿈꿀 것인가?
도착하지 않은 민주주의를 호명하는
합리적 좌파의 정치 철학 선언문!
"절망이 문제가 아냐. 절망은 받아들일 수 있어.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희망이라고."
―영화 [클락와이즈clockwise] 중
절망도 익숙해지면 몸의 일부가 된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희망은 불편하다. "희망고문"을 당하느니 차라리 편안한 절망을 택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니엘 튜더는 이렇게 말한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희망이라면, 기다리기만 하지 말고 우리가 직접 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때로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사람,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침없는 직언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아웃사이더로서의 날카로운 시각을 견지하는 영국 청년 다니엘 튜더의 대한민국 정치 비평 책이 나왔다. 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정치는 조금 이상하다. 여기에는 좌파도 우파도 없다. 보수는 오로지 대기업 밀어주기와 "나 먼저"라는 생각을 외에는 아무런 철학이 없으며, 진보는 과거에 사로잡힌 채 프로페셔널리즘이 결여된 무능한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묻는다. "민주주의는 정말로 후퇴하고 있나?"(참고: 조슈아 쿨란트칙Joshua Kurlantzick, 『후퇴하는 민주주의Democracy in Retreat』)
그의 눈에는 충격적일 정도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어쩌면 한국 독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 그 "익숙함"이 안타까워서 다니엘 튜더는 이 책을 썼다. 보이지 않는 적은 익숙한 절망, 곧 지독한 피로와 무력감이다. "희망"이란 말이 오염되고 탈색돼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듯한 시대에 그는 이 책을 썼다. 그는 말한다. "이제는 당신의 목소리를 내십시오."
이 책에서 그는 한국 민주주의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제시하고, 정당과 시민은 민주주의를 정상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한다. 쇠락이 우려되는 제조업을 위해 한국형 미텔슈탄트를 키우자는 제안, 이탈리아의 "5성운동" 같은 풀뿌리 운동을 시작해보자는 제안 등에서는 그만의 시각이 돋보인다.
또한 이 책은 한국인 독자를 위해 쓴 책이다. 전작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가 영미권 독자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려고 출간한 책을 번역한 책이라면, 이 책은 기획 단계부터 집필, 출간까지 오로지 한국 독자를 위해 썼다. 한국에 머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일한 그는 이 책에서 2012년 대통령선거 캠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경험을 풀어내고, 정치인 및 고위 관료를 접하며 느낀 한국 사회의 부패 문제와 엘리트의 사고방식 문제도 짚었다. 이제 민주주의는 "그들의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삶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