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특징 및 내용 명화를 통해 보는 서구의 역사와 경제학의 흐름 이 책은 미술과 경제학의 만남이다. 경제와는 거리가 먼 미술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설명하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미술사와 경제사를 시대 순으로 나란히 병렬배치하면서 상호관계를 설명한다. 미술 작품을 통해 경제 현상을 설명하고, 경제학 이론을 토대로 미술 작품을 해설하는 방식이다. 미술 작품과 경제적 사건이 동일한 시대를 배경으로 함께 태어나는 이란성 쌍둥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이 책은 명화를 통해 과거 서구의 역사와 경제학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중세의 가톨릭을 비판한 르네상스 시대의 ‘성전 정화’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환전상을 그린 그림을 통해서는 대부업과 이자에 대한 사회경제적 의미와 인식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지구본을 들고 있는 유럽 절대군주들의 초상화를 보여주면서 대항해 시대가 막을 연 중상주의를 설명한다. 그리고 수출입국의 구호 아래 무역 흑자에 목숨을 걸고 급성장한 한국의 과거 신중상주의적 정책에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또한 튤립 투기를 하다가 거품이 터지면서 패닉에 빠진 원숭이들을 묘사한 [튤립 광풍 풍자화]를 보여주면서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튤립 투기의 전개 과정을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미국 부동산의 버블 붕괴가 유발한 2008년 국제 금융 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산업혁명에서 비롯된 자본주의의 태동과 인상파의 출현 또한 한 시대를 대표하는 미술가와 경제학자들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역사의 흐름과 경제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왔음을 지적하면서 그 고리를 파헤친다. 미술가들이 한 사회를 상징하는 시대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반면, 경제학자들은 사회의 변화를 진단하고 경제적 변화를 추동하는 새로운 경제학의 이론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19세기 영국 화가 J. M. W. 터너는 산업혁명 시대의 격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대표적인 화가였다. 해체될 운명의 거대한 범선이 그보다 작은 체구의 증기선에 이끌려 최후의 항해를 하는 그림 [전함 테메레르]로 새로운 기계 문명과 저무는 옛 문명의 충돌을 드라마틱한 이미지로 구현했다. 그리고 증기기관차를 타보고 그 새로운 속도를 그림 [비, 증기, 속도]에서 빠르고 거친 붓질로 나타내기도 했다. 클로드 모네 같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은 터너의 붓질을 계승해서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대기를 묘사했다. 산업혁명이 사회 전체의 속도를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미술에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증기기관차 등으로 인해 이동 속도가 빨라졌을 뿐만 사회의 변화도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경제 분야에서는 분업으로 인해 생산과 업무 속도가 빨라졌다. 그 뒤에서는 고전파 경제학의 거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분업과 분업을 활성화하는 시장경제를 지지하며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또한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기]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당대의 사회주의 논란을 이야기하면서 인류의 고질적인 문제인 빈부 격차에 대해서 숙고하고, 공산주의 경제학자 카를 마르크스와 자유주의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이에 대해 어떻게 각기 다른 처방을 내렸는지도 설명한다. 뉴딜 정책의 벽화 프로젝트는 디에고 디베라의 벽화 운동에서 영감 미술가와 경제사회학자가 직접적으로 친분을 맺고 영향을 주고받은 경우도 있었다. [돌 깨는 사람들]로 채석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묘사한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와 그 그림을 격찬하며 초기 자본주의 산업사회를 비판한 사회주의자 피에르 조세프 프루동은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대량생산에 반발해 미술 공예 운동을 일으킨 윌리엄 모리스는 산업혁명을 혐오했던 경제사회학자 존 러스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대공황 시대 미국 정부에 고용되어 우체국 벽화를 그린 수많은 화가들도, 직접 만난 적은 없을지언정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우체국 벽화 프로젝트는 불황 타개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고용을 창출하는 뉴딜 정책의 일환이었는데, 뉴딜이 바로 케인스 경제학에 기반을 둔 정책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벽화 프로젝트는 멕시코의 천재 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주도한 벽화 운동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알폰스 무하의 광고 포스터는 또 어떤가. 저자는 제품의 기능을 알리는 대신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멋들어진 이미지만 강조하는 이 포스터가, 매체는 바뀌었을망정 유혹적 메시지는 비슷한 현대의 TV광고(아이돌이 등장하는 한국 모바일통신 광고 포함)를 연상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토스타인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와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의존효과’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살펴본다. ■ 추천하는 글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와 컬럼니스트가 추천하는 책 모든 예술 작품에는 알게 모르게 그 시대의 상황이 녹아들어가 있게 마련이다. 예술가의 뛰어난 감수성은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은 각자가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의 아름다움만을 보려 한다 해서 아무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예술 작품에 녹아든 시대적 상황에까지 눈길이 가게 된다면 감상의 재미가 한층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밀레의 [이삭 줍기]라는 그림의 경우가 그 좋은 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 그림을 서정성의 상징처럼 여겨 왔다. 그런데 이 그림이 한때 선동적이며 불온한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아닌가? 주운 이삭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 하는 빈민들의 고단한 삶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제부터 종전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그 그림을 보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주었다고 볼 수 있다. -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 책은 핵심을 짚는 간결한 문장으로 중요한 경제학적, 경제사적 개념과 사건들을 우리에게 전해줄 뿐 아니라 이를 다채로운 미술작품들을 통해 이야기하니 이보다 쉽고 재미있게 경제학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안내서가 있을까 싶다. 지오토의 [스크로베니 예배당 벽화]를 통해 독점과 담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작자 미상의 [엘리자베스 1세의 아르마다 초상화]를 통해 중상주의에 대해 논하며,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를 통해 산업혁명과 고전파 경제학에 대해 설명하는 이 책은, 저자가 성실한 경제학도이자 부지런한 미술기자이기에 가능한 책이 아닐까 싶다. 양쪽 분야에 통달한 사람만이 가능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명료한 설명이 이를 잘 말해준다. 독자 입장에서는 경제학도 이해하고 미술 감상도 즐기는 것이니 꿩 먹고 알 먹는 행복이 아닐 수 없다. - 이주헌,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