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개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신대철,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메탈 밴드로 1986년 데뷔 당시 대중음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록그룹 ‘시나위’의 리더다. 임재범, 김종서, 서태지, 김바다 등 수많은 스타 뮤지션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시나위는 지금까지 10여 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19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가 본격적으로 부흥하던 시기 그 중심에 서 있었던 시나위, 그리고 시나위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신대철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인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한 번도 거부하지도 벗어나지도 않았다. 최근에는 거대 통신자본에 맞서 ‘바른음원 협동조합’을 설립해 뮤지션들의 ‘생존권’ 보장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한국 대중음악계, 더 나아가 민감한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다. 대중과 유리된 채 살아가는 절대 다수의 연예인, 뮤지션들과 달리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관심과 시선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삶의 양태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확고하게 정립하고 있는 ‘깨시민’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인간’ 신대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신대철은 ‘목줄’로 대변되는 ‘안락한 체제’에 순응하며 편안하게 사는 삶보다는 자유롭게 뛰어 다닐 수 있는 ‘개’가 행복하다며 그런 삶의 자세를 음악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두운 시대를 관통해 지금의 신대철이 있기까지 그의 삶과 음악 세계를 오롯이 보여주는 이 책은 자본에 잠식되어가는 대중음악계와 점점 왜소해져가는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색다른 귀감을 줄 것이다.
험난하면서도 화려했던 신대철의 음악 여정
신대철이 체제 저항적인 장르로 대표되는 록음악에 발을 들이게 된 건 그의 아버지이자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씨의 내적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의 삶에 처음으로 찾아온 외적 ‘고난’이 큰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면서 겪었던 일련의 탄압을 목도하면서 록음악을 접하게 된 것이다. 그는 “재즈 뮤지션이 될 수도 있었고 클래식도 할 수 있었어. 그런데 록이 나한테 왔거든. 그러니까 그때부터 한 거야”라며 결과론적이지만 운명처럼 록음악을 받아들였다고 회고한다.
우연한 기회에 시나위라는 이름으로 1집을 발매한 신대철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인기를 업고 록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멤버들 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고, 앨범 수록곡이 방송 금지곡으로 묶이면서 활동에 제약을 받은 적도 있다. 30여 년간 ‘시나위’라는 팀을 이끌면서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그는 ‘음악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선악의 문제로 음악을 바라보는 순간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지금도 신대철은 ‘음악을 선택의 문제로 바라볼 때라야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순간순간 자신을 타이른다.
시나위, 멈추지 않는 도전
시나위는 2013년 7년 만에 신보인 6곡짜리 미니앨범 《Mirrorview》를 발매한 데 이어 2014년에는 2곡짜리 디지털 싱글 《밤이 늦었어》를 발매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고 있다. ‘시나위의 음악이 달라졌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하지만 그는 ‘머물러 있는 것’을 음악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만의 색깔은 녹이되 그 자장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음악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라는 것이다.
“시나위가 변했다고 말하는 팬들도 있다는 걸 알아. 그렇지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이게 참 좋은 말인 것 같으면서도 사실 굴욕적인 말이거든. 음악 하는 사람들이 옛날에 좋아했던 것을 간직하는 건 좋지만 결국 발전형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바른음원 협동조합,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바른음원 협동조합’은 ‘음악 생산-유통-소비’라는 음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재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되었다.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신대철은 대부분의 음악인들이 부당한 음악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아무도 나서서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까워 ‘다윗’과 같은 의지를 가지고 앞장섰다고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의 생존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음악 생태계를 ‘상식’적으로 바꾸자는 것뿐이다.
“음악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의미 없는 작업을 매일 반복하면 얼마나 시간 낭비야? 인생 낭비지. 그래서 그들이 만든 소중한 음악이 합리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려고 해.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뭔가 숨통이 트이고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그쪽을 향해 갈 거 아니야.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 이 사회에 증명해보고 싶은 거야. ‘음악이 그렇게 가치가 없는 거냐? 그렇지 않다’고.”
이 책의 인터뷰어 김철영 피디는 “‘깨시민 신대철’은 나이가 들면서 ‘시민’이기를 포기하거나 점점 왜소해져가는 우리 세대들에게 지금 자유롭게 살고 있는지, 내가 가진 알량한 것들을 잃을까봐 조바심내고 있지는 않은지, 진정한 시민으로 살 각오가 되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시민’으로 살기 어려운 시대에 이 책이 하나의 ‘힌트’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