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중. 고개를 돌려 회오리 기둥 주위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그들을 보았다. 그들은 푸른색 오오라와 자주색 오오라가 뒤엉켜 엄청난 섬광과 마찰음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곧 미카엘의 검이 남은 두 명 중 한명의 목을 사선으로 그어버렸다. 목이 떨어져 나가는 그 병사의 잘려진 목 부분에서 자주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남은 병사의 입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입에서는 알 수 없는 주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디에스···미에스···제스케트···베네도···에페트···두베마···에니테마우스!” 잠시 후 그의 정수리 부근에서 엄청난 양의 자주색 연기가 뿜어져 나와 우리의 시야를 가려버렸다. 그 연기는 곧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회오리 기둥에 휩쓸려 사라져가고 있었으며 시야가 확보되는 그 순간 눈앞에는 도저히 믿지 못할 12명의 인물들이 서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들은 올림포스의 12신들이었다. ============= 전투의 신이지만 전투능력은 조금 떨어지는 아레스는 미카엘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신화 속 그는 이미 거인 알로아다이 의 무리에게 13개월이나 항아리 속에 유폐를 당한 일도 있었고 트로이 전쟁에서는 트로이군의 총대장인 헥토르의 편에서 그리스 군과 싸웠는데 영웅 디오메데스 에게 상처를 입고 쓰러졌으며 영웅 헤라클레스 와의 전투에서도 패하여 도망을 쳤던 기록이 있다. 전투의 신이라는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그의 초라한 성적표를 찢어버리듯 미카엘의 장검은 곧 그의 아랫배를 갈라놓고 있었다. 사선으로 갈려진 거인의 아랫배에서는 온갖 내장기관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무릎 꿇고 있는 그를 향해 미카엘은 마무리 하듯 장검을 내려치고 있었다. 곧 잘려져 나간 아레스의 목에서는 자줏빛 연기가 흘러나와 제우스의 정수리 부근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네 명의 여신들을 상대하는 성모마리아와 3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헤라가 내뿜는 각종 주술들로 탄생된 괴물들은 성모마리아의 주위를 돌며 그녀의 오오라를 뚫으려 했으며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그의 화신 거대한 올빼미를 막달라 마리아에게 날려 보내어 그녀를 고군분투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프로디테와 아르테미스를 상대하는 민정과 진희는 그녀들이 쏘아 보내는 화살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특히 달의 여신이자 사냥을 좋아하는 아르테미스의 독화살을 상대하느라 제대로 된 공격 한번 못하는 상황이었다. 헤파이스토스를 상대하는 성진은 그나마 조금은 나은 상황이었다. 신들의 무기 제조자인 헤파이스토스는 해괴한 무기들만 쏘아 보낼 줄만 알았지 전투에 대하여는 거의 무능함을 보이고 있었다. 헤파이스토스의 무기들은 우리엘 여천사의 방패를 뚫지는 못하였다. 성진은 상대가 절룩이는 다리로 지나치게 큰 망치를 휘두르는 허점을 이용해 빠른 스피드로 그 괴인을 상대하고 있었으며 능숙한 칼솜씨로 그의 온몸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날렵한 스텝과 날카로운 검술로 상 하 좌 우 헤파이스토스를 공략해 나가던 성진의 검은 헤파이스토스의 오른팔을 깨끗하게 절단하였고 그의 등 뒤로 돌아간 뒤 발길질로 그를 고꾸라뜨려 버렸다. 그리고 성진의 검은 헤파이스토스의 등짝을 꿰뚫어 버렸다. 헤파이스토스는 짧은 비명과 함께 자줏빛 연기를 내뿜으며 사라져갔으며 그 연기는 제우스의 정수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성진은 땀을 닦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그 자줏빛 연기를 응시했다. ================ 그 괴물은 성진과 나를 씹어 먹을 듯 턱에서 턱 끝까지 나 있는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우리를 덮쳐 왔었고 성진과 나는 그의 머리 주위를 배회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나는 우리의 키 보다 더 큰 털이 듬쑹 듬쑹 나 있는 그 투박한 손을 피하며 그의 손목에 롱기누스의 검을 꽂아 넣었다. 검을 뽑아내자 검붉은 피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으며 키클롭스는 고통스러운지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깃발을 지키고 있던 미카엘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미카엘이 아니라 바로 깃발이었던 것이다. 미카엘은 그 모습을 보자 깊숙이 박혀 있던 기독교 문양이 그려진 우리의 깃발을 뽑아 들고 계곡 위쪽으로 날아올라 그의 표적 밖으로 벗어나 버렸다. 분에 못이긴 키클롭스는 계곡을 타고 위로 뛰어 올라 방심하고 있던 미카엘을 한손으로 움켜잡고 지상으로 떨어져 버렸다. 엄청난 충격음에 므깃도 전체가 흔들리는 듯했다. 그 순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일어나는 키클롭스의 손아귀에서 청록색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미카엘을 잡고 있던 손은 갈기갈기 찢어진 채 사방으로 그 살덩어리를 날려 보내고 있었다. =========== 백호는 잠시 당황한 듯 머뭇거리다가 그의 등에 있던 풍백(風伯)의 지시로 마냥개미들을 밟아죽이고 물어죽이고 있었다. 백호가 물어 죽인 개미는 그의 입안에서 산을 가득품은 개미의 배가 터지며 흰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었고 녀석의 발바닥에서도 새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백호는 고통스러운지 크르릉 거리며 더욱 미친 듯이 날뛰며 개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독수리와 합공하여 청룡을 상대하는 미카엘의 모습이 보였다. 독수리는 거대한 발톱과 부리로 청룡의 딱딱한 비늘을 뜯어내고 있었고 미카엘은 뜯겨진 비늘 속으로 오오라 구체와 장검을 찔러 넣고 있었다. 마구 쏟아지는 장대비에 청룡의 푸른 피가 섞인 채 흘러내리고 있었다. 청룡의 등에 타고 있던 운사(雲師)는 자신의 지팡이로 자줏빛 오오라 구체를 쏘아내며 미카엘을 견제하고 있었고 제법 날카로운 그의 공격에 타격을 입은 미카엘은 가브리엘처럼 자신의 성수를 검 손잡이에 끼워 넣은 채 그를 상대하고 있었다. 나와 성진과 종민은 각각 현무와 백호 청룡에게 날아가 그들을 상대하였고 가브리엘과 민정은 묵묵히 우리의 깃발을 지키며 자리하고 있었다. 현무의 시커먼 송곳니는 독기를 가득 품은 듯했고 그가 물었던 자리는 곧 죽은 피부가 되어 검게 변하였다. 그때마다 성모마리아는 수룡의 상처부위를 서둘러 치료하였고 우사(雨師)가 내려치는 지팡이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나는 현무의 등에 올라탄 뒤 롱기누스의 검으로 우사를 상대했고 곧 성모마리아와 함께 현무와 우사를 제압해 나가고 있었다. 내가 휘두르는 검은 조금씩 빗나가며 우사의 도포자락만 찢어 놓았고 그의 지팡이 질에 나는 팔뚝과 허벅지 부근에 심각한 타박상을 입게 되었다. 욱신거림으로 들고 있던 검을 놓칠 뻔 했으나 마리아의 도움으로 대전을 이어나갈 수가 있었다. 그때였다. 수룡의 거대한 이빨은 현무의 목덜미에 박힌 채 사방으로 흔들어대며 현무의 목을 찢기 시작했고 갈라진 그의 목에서는 검은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완벽히 뜯겨 나간 현무의 대가리를 물고 있는 수룡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수룡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현무의 대가리를 계곡 한가운데에서 돌고 있던 회오리를 향해 뱉어 버렸고 대가리는 곧 믹스기에 갈리는 것처럼 분해되어 사방으로 튀었다. 우사(雨師)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냉정을 되찾았고 움직임을 멈춘 현무의 등 위에서 여전히 나와 성모마리아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일순간 나의 검은 우사의 도포자락을 꿰뚫고 그의 옆구리에 박혔으며 그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힘껏 내려치는 지팡이에 머리를 가격당한 나는 바닥으로 떨어진 채 잠깐 동안 의식을 잃고야 말았다. =============== 사도요한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따라 오라는 제스처를 취하였고 나는 곧 그를 따라 지상을 향하였다. 우리는 주작의 주위에 내려 날개에 꽂혀 있던 나와 성진의 검을 뽑아들고 녀석의 목을 잘라버렸다. 잘려진 목에서는 용암덩어리가 흘러나왔으며 곧 식어버리며 굳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성진이 보였다. 성진은 용암을 덮어 쓴 채 그대로 굳어 화석이 되어버렸고 그 모습은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무언가를 안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의 코르코바도산(corcovado Mt.704m) 정상에 있는 그리스도상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는 아마도 마지막까지 나를 보호하기 위하여 두 팔을 펼쳤을 것이다. 또 다시 볼을 타고 한 가닥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형··· 형이 틀렸어. 형은 역십자가 아닌 십자가를 품었어.” 그 말을 끝으로 짧은 기도를 올리고 계곡 반대편에서 전투 중인 미카엘과 가브리엘을 보았다. 한참을 고전 중이었던 미카엘은 가브리엘의 지원에 힘을 얻어 정민을 한결 손쉽게 상대하고 있었고 정민은 자신의 방패를 검으로 변형시켜 양팔로 그 둘을 상대하고 있었다. “자.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이다. 나를 따라오너라.” 사도요한은 그렇게 말하며 정민을 향해 날아갔다. 나는 그를 따라 전투가 펼쳐지고 있는 그곳을 향했다. 양쪽에서 쉼 없이 몰아치는 공격에 정신없이 전투에 임하던 정민은 우리가 왔는지도 모르는 채 막아내기에 바빠 보였다. 그리고 곧 사도요한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