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극의 1인자로 평가받는 입센의 여러 명작 중에서도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며 주인공 노라의 이름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여자의 대명사로 올려놓은 작품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고전으로서 신선한 맛을 잃지 않는 것은 극중 인물들의 성격과 인간성에 생생한 생명력이 넘쳐흐르기 때문인데, 결혼 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저마다 각기 다른 각도에서 큰 감흥과 반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작품의 치밀한 구성과 극적인 전개, 사실적인 대화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나아가 오늘날 입센이 창조해낸 주인공 노라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자아에 눈을 뜬 여성의 상징적인 이름이 되었고, 100여 년이나 흐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으로써 여전히 노라와 그녀의 남편 헬멜의 대사는 감동으로 마음을 적시고, 사랑, 가정, 희생을 말하는 우리들 자신의 허위의식을 깨우치게 한다. 책 중에서 “잘 들으세요, 톨발. 제가 듣자 하니 아내가 남편의 집에서 떠나면 법에 의하여 남편은 아내에 대한 일체의 의무에서 해방된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저는 당신을 자유의 몸이 되게 한 거예요. 제가 그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듯이 당신도 자유의 몸이 된 거예요. 우리 두 사람은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되어야 해요. 자아, 여기 당신이 준 반지를 돌려 드리겠어요. 제 것도 돌려주세요.”(152쪽) “그래요, 저는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그것 역시 이제부터 배우겠어요. 이 사회가 옳은 지, 제가 옳은 생각을 한 것이지 반드시 알아내고 말겠어요.”(1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