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소설 중 가장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하며, 언어의 아름다움이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나게 구사된 작품 문예출판사에서는 《페터 카멘친트》와 《수레바퀴 아래서》에 이은 헤세의 세 번째 장편소설 《게르트루트》를 출간했다. 《게르트루트》는 헤세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소설적인 구성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음악 소설이다. 헤세의 첫 번째 아내 마리아는 슈만과 쇼팽을 좋아했던 피아니스트였으며, 헤세는 아내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음악과 함께하는 삶에 녹아들었다. 《헤르만 라우셔의 유고》와 《청춘시집》의 성공으로 한창 문명(文名)을 드높이던 시기의 헤세는 대도시의 삶을 선택하는 대신 한적한 시골 마을 가이엔호펜에 농가를 빌려 전원생활을 시작했고, 시인, 화가, 음악가 등과 교류하면서 자연과 음악, 예술이 어우러지는 낭만적인 분위기 가운데 수작 《게르트루트》를 써냈다. 스스로 자신의 소설이 “본래 소설이 아니라 영혼의 고백”이라고 평가하는 헤세지만 《게르트루트》는 가장 소설다운 구성을 갖춘 작품이다. 그러나 ‘고독한 예술가의 고백’이라 할 수 있는 《게르트루트》는 행복에 대한 의미 탐구, 삶에 대한 치열한 묘사와 고뇌라는 점에서 역시 헤세 자신을 묘사한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처럼 펼쳐지는 청아한 언어의 향연 속에 연인에 대한 사랑과 삼각관계로 인한 절망이 그려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독자 여러분은 젊은 시절의 고독과 방황, 인생의 참된 의미와 행복의 의미를 되씹어볼 수 있을 것이다. 《게르트루트》 줄거리 주인공 쿤은 학창 시절 불의의 사고로 불구자가 된 후 음악에 심취해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아름다운 여인 게르트루트를 만나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주인공 쿤과 성악가 무오트, 게르트루트는 이로써 애증의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쿤의 연적이라 할 수 있는 무오트는 격정적이고 마성적인 인물로 고독에 굶주려 있다. 쿤이 사랑하는 여인 게르트루트는 고아하고 귀족적이며 자기 통제가 강한 고독한 영혼의 소유자로, 정반대 성격인 무오트에게 이끌려 그와 결혼한다. 주인공 쿤은 불구로 인해 한층 고독해졌으나 본디 일상생활에 순응해갈 수 없는 ‘불행한 예술가 타입’으로, 이처럼 사랑의 실패 후 수동적이고 자기 성찰적인 체념과 고독 속에서 인생을 살아나간다. 그러나 쿤은 이 같은 큰 고독과 절망 속에서도 음악의 세계에 전념하며 음악가로서 생의 의미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