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위의 세 남자》는 1889년 영국에서 출간된 코믹소설로, 킹스턴에서 옥스퍼드까지 보트를 타고 여행하는 세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애초에 루트를 따라 명승고적을 탐방하는 진지한 여행 가이드로 기획되었지만 책 전반을 넘쳐흐르는 유머와 위트는 본래의 의도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엄연히 소설로 분류되지만 이 책은 이처럼 창의력 넘치는 넌픽션이기도 하다. 백과사전에 나오는 모든 병명을 가진, 가히 종합병원이라고 할 주인공이 재충전을 위해 두 친구와 개 한 마리와 함께 보트를 타고 강을 여행하기로 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그러나 낭만적인 여행과 휴식을 기대했던 세 남자를 기다리는 것은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불행한 사건들뿐이다. 야영을 할라치면 비가 추적추적 끊임없이 내리고, 혼자 멋있게 아침 수영을 즐기자니 물은 너무나 차갑다. 비슷한 생각으로 보트를 끌고 나온 사람들은 많기도 해서 템스 강 위에서 교통체증을 겪고, 뒤죽박죽 야단법석 얼렁뚱땅 사건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들은 생명의 위협을 겪기까지 한다. 이리하여 센티멘털하기까지 한 풍경에 대한 묘사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성찰은 맛보기가 되었고 배꼽 잡는 웃음과 위트가 시종일관 읽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뛰어난 유머소설이 탄생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작가인 제롬 자신이며, 게으르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두 친구 조지(나중에 은행 지점장이 됨)와 해리스 또한 실존인물이다. 또한 “마구간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마을에서 가장 질이 나쁜 개들을 한데 모아 그들을 이끌고 슬럼가로 몰려가 다른 평판 안 좋은 개들과 싸움을 벌이는 것을 ‘삶’이라 생각하는” 폭스테리어 몽모렌시는 저자의 모습이 투영된 개라나. 웃고 넘어가지 않는 페이지가 드문,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재밌는 책나온 지 100년도 넘은 책이 고리타분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버리는 게 좋겠다. 서양식 유머가 웃겨봤자 얼마나 썰렁할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인간 본성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저자의 시니컬한 통찰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확히 당신의 유머 코드와 일치한다. 출간 후 입소문을 타고 인쇄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그 시대에 벌써 20만 부가 팔렸으며, 해적판만 100만 부가 넘게 팔린 초특급 베스트셀러로, 템스 강이 유명해진 것도 다 이 책 덕분이며, 심지어 BBC에서는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으스대기 좋아하고, 과장과 허풍과 식탐이 심하며, 도대체 인간이 저 정도로 게으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게으른 세 남자. 마크 트웨인도 울고 갈 제롬의 유머에 반해 이 책을 스무 번 이상 읽었다는 사람, 이때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었다고 말하는 사람, 웃다가 질식할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사람 등 이 책에 쏟아지는 찬사는 끝이 없다. 사실 우리 주변에도 제롬과 그의 두 친구 같은 사람들이 있다. 아니 더욱 솔직히 말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세 사람은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가 생활 속에서 경험한 것을 읽게 되는 순간 이러한 익숙함은 웃음의 원천이 된다. 미국의 소설가 코니 윌리스는 《보트 위의 세 남자》의 영향을 받아 《개는 말할 것도 없고》라는 SF소설을 썼는데 그 제목은 《보트 위의 세 남자》의 원제 ‘Three Men in a Boat-To Say Nothing of the Dog’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