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보다 양심을 물려주라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자식들에게 막대한 재산, 사회적 지위, 명예 등 보통 부모들이 유산으로 주고 싶어하는 모든 것을 물려주었다. 단 하나, 흔히 ‘양심’이라고 부르는 정신적 유산만 빼고 말이다. 결국 유일하게 물려주지 못한 이 한 가지가 조 회장이 자식에게 준 모든 유산을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의 부와 성공은 자식에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겸손 대신 오만과 자의식 과잉을 낳았고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미덕을 배우기보다 ‘갑질’이라는 저급한 특권의식, 횡포로서의 지배욕만 키웠다. 양심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부모와 그 자식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컸다.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고 법의 심판대에 서야 했다. 또한 조 회장의 다른 자식들도 과거 행적과 현 사태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이렇듯 도덕적 결함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은 돈이나 특권, 성공이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 옳은 일을 선택하는 결단력, 옳다고 믿는 바를 행동에 옮기는 도덕적 용기이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어떤 위인도 부모로부터 받은 돈이나 사회적 지위를 최고의 유산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정직, 성실, 겸손, 자비, 책임감, 존중, 공정성 같은 도덕적·윤리적 가치를 가장 먼저 꼽는다. 그들에게는 양심이 최고의 유산이다.
조 회장이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후였다. 결국 조현아 전 부사장은 모든 직위를 내려놓고 실형을 언도받아 수감되었다.
정직하고 진실되면 손해보는 세상에서
어떻게 내 아이에게 올바른 길로 가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신에게 열 살짜리 아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날 아이는 같은 반의 힘 센 친구가 시험 시간에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장면을 목격하고 집으로 돌아와 당신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 이 시험은 상대평가여서 누군가 점수를 잘 받으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 부모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조언을 해야 할까? 누군가 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겠지만, 또래집단으로부터 ‘밀고자’라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우리 아이가 그래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부모라면 모르는 척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에게 이 경험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저자가 권하는 해법 중 몇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해법 1. 권위 있는 부모가 되라
저자는 부모들이 윤리적 상황에 처한 아이들에게 조언할 때 보통 네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왜 이런 일을 하면 안 돼요?”라고 물으면, 권위주의적 유형의 부모는 “엄마(아빠)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방임적 유형은 그 행동이 다른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두고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이를테면, “그런 짓을 하면 저 여자애가 다치잖아”, “네가 그렇게 하면 저 애가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봐”라는 식이다. 권위 있는 유형은 부모와 자녀 자이의 합리적인 평등에 기초해 얘기한다. “엄마가 너에게 그렇게 하면 너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겠지?”, “엄마는 너를 믿으니까”라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무관심 유형은 어떤 대응도 요구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부모를 가리킨다. 네 가지 유형 중 이상적인 유형은 ‘권위 있는 부모’이다. 원칙과 관련해서는 단호하지만 한결같고 따뜻하고 든든해서 아이들이 어떤 일도 의논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윤리적 난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
양육 방식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점 한 가지. 양육 방식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흔히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는 버릇 나빠진다는 이유로 권위주의적으로 키우다가 철이 들면 서서히 방임적 유형으로 바꿀 거라고 계획한다. 하지만 연구에 의하면 처음의 양육 방식은 일생 동안 지속된다. 양육 방식을 신중히 선택하라.
해법 2. 네 가지 패러다임, 세 가지 원칙을 고려하라
부모들이 곤혹스러울 때는 옮음과 옮음이 충돌할 경우이다. 옳고 그름을 가르는 문제라면 보편적으로 옳다고 하는 판단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옳음 대 옮음의 문제는 두 개의 강력한 가치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어서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저자는 이러한 딜레마를 만났을 때 네 가지 패러다임과 세 가지 원칙을 적용해보라고 권한다.
* 네 가지 패러다임
· 개인 대 공동체: 한 사람(소집단)의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는가, 단체(큰 집단)의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는가.
· 진실 대 충실성: 상황이 어찌됐건 정직해야 하는가, 상대방에 대한 약속와 신뢰 를 지켜야 하는가.
· 단기 대 장기: 지금 당장의 효과를 따져야 하는가, 먼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가.
· 정당성 대 자비: 규칙 준수가 먼저인가, 사람에 대한 동정과 애정을 보이는 것이 먼저인가.
* 세 가지 원칙
· 결과에 기반하는 원칙: 잘한 선택인지 아닌지는 결과, 성과에 달려 있다고 본다. 만약 상황이 잘 돌아가면 옳은 일을 한 것이고 결과가 나쁘면 잘못한 것이다.
· 규칙에 기반하는 원칙: 칸트의 ‘정언 명령’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보편적인 법칙 을 따르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 배려에 기반하는 원칙: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 이 좋다는 입장이다. 보통 황금률의 원칙으로 불린다.
해법 3. 외부 자문을 구하라
저자는 윤리적 의사결정을 할 때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연령과 관점을 대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의견을 구하면 당사자는 보지 못한 측면을 알 수 있고 해결의 실마리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선의 방법은 다른 사람들의 지혜가 합쳐졌을 때 떠오른다.
해법 4. 이분법적 생각을 벗어나라
딜레마는 이쪽 아니면 저쪽을 선택하도록 강요하지만 두 입장의 장점만을 뽑아서 하나의 절충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되기도 하다. ‘트릴레마trilemma’는 두 극단 사이의 중간 지대를 말하며, 딜레마에서 제3의 해결책을 의미하기도 한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에 갖히지 않고 대안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하자.
트릴레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일 때가 많다. 하지만 모든 딜레마에 트릴레마 옵션이 있지는 않다. 모든 문제에 협상이 가능한 중간 지대가 있다고 믿는 부모들은 비양심적인 타협을 하거나 남의 의견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해법 5. 연령에 따라 양육법을 고려하라
유치원생 아이의 ‘곁에 있어 주는 것’과 10대 중반 아이의 ‘곁에 있어 주는 것’은 엄밀히 다른 문제다. 특히 도덕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아이들이 성숙해가면서, 항상 던지던 “왜”라는 질문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질문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일곱 살짜리는 무언가가 옳다는 사실을 알면 그냥 납득하지만 10대 아이들은 그것이 왜 옳은지, 그리고 그것을 보는 다른 시각은 없는지 궁금해한다.
맞고 틀린 것이 분명한 초등학교 시절의 명확성이 점차 10대 특유의 미묘한 의미 차이와 복잡성에 자리를 내주면서, 도덕적 양육이라는 과업은 훨씬 더 탐구적이 되어간다. 그렇다고 양육할 때 복잡한 분석이 필요하다든지 말이 장황해져야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필요한 것은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합리성이 아니라 확실한 틀과 체계다. 다시 말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언하기보다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도가 필요하다.
세계윤리연구소의 20년 연구와 수많은 상담 사례로 완성한
실전 ‘윤리코칭’ 가이드
이 책은 20여년 역사의 비영리조직 세계윤리연구소 소장이자 미국 지식인층으로부터 존경받는 러시워스 키더 박사가 집필한 책으로, 수많은 연구 프로젝트와 참가자들, 인터뷰어들과의 대화를 통해 빚어낸 결과물이다. 따라서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극한 도적적 사례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실화가 소개된다. 이를테면, 마트에서 물건을 계산하지 않고 가져온 어린 아들, 비싼 브랜드 옷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 딸, 덩치가 큰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들, 남자친구와 밤늦게까지 함께 있으려는 10대 딸아이 등 어느 집에서나 흔히 겪는, 하지만 답을 내기가 쉽지 않은 문제들이 등장한다. 따라서 부모들은 “와, 이건 완전 내 얘기잖아”라고 공감하며 실제 양육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조언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