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 “인간들은 참 이상해. 내 털이 붙으면 더 따뜻할 텐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걸까? 인간들은 참 이상해. 속으로는 서로를 그렇게 생각하면서 왜 그렇게 아닌 척할까?” 고양이가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궁금한 당신 두 팔 사이에 누워 가르랑거리는 고양이와 함께 잠드는 당신. 사랑하는 누군가를 얼마 전 떠나보낸 당신. 외면해온 과거를 인정하고 새봄을 꿈꾸는 당신. 그런 당신을 위한,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뭉클한 뉴욕과 음악과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까칠하지만 사려 깊은 고양이 ‘프루던스’가 바라보는 인간 세상 가끔은 너무나 귀엽고 가끔은 코믹하고 가끔은 한없이 애교스럽다가도 어느새 획 돌아서버리는 ‘밀당’의 귀재, 고양이. 소설 《러브 인 뉴욕》의 중심 화자인 ‘프루던스’는 그중에서도 더더욱 사람을 믿지 않고 곁을 주지 않는 까칠한 고양이다.(‘프루던스prudence’는 ‘신중함’, ‘조심성’이라는 뜻이다.) 초록색 눈동자에 몸에는 호랑이 줄무늬를 지닌 프루던스는 3년 전,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맨해튼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길거리를 방황하다가 중년 여인 사라를 만난다. 처음에는 외면했지만, 그녀의 다정한 노랫소리를 듣고서 비로소 자신이 간택해야 할 인간을 찾았음을 깨닫는다. 그 뒤 3년 동안 뉴욕의 낡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그들의 삶은 웃음과 낮잠, 음악 그리고 프루던스가 바라온 잔잔하고 변함없는 일상으로 채워진다. 사라의 남편은 아내와 딸을 버리고 오래전에 떠났고, 사라의 외동딸 로라는 그저 어쩌다 한 번 마지못해 찾아올 뿐이다. 그런 사라에게 있어 프루던스는 유일한 가족이자 삶에 음악을 되찾아준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라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타이피스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라는 가끔 귀가가 늦긴 했지만 이렇게 며칠 동안 집을 비운 적은 없었다. 결국 사라는 돌아오지 않고 사라와 서먹한 관계인 딸 로라가 그녀의 남편 조시와 함께 찾아와 사라의 물건들을 상자에 담기 시작한다. 프루던스는 사라가 쓰던 물건들과 그 안에 깃든 냄새가 사라지면 사라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 불안하다. 결국 프루던스는 로라와 조시와 함께 낯선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고층 아파트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제 프루던스는 삶이 영원히 바뀌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도도하고 개성 강한 고양이 프루던스에게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때로 참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들다. 인간들은 멋지게 타고난 고양이 발을 일러 멋대로 ‘양말’이라고 불러대고, 고양이라면 본능적으로 정확히 알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감이 없어서 시계 따위에 의존하니 말이다. 전에 사라는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줬는데, 로라는 비싼 유기농인지 뭔지 하는 맛없는 사료를 줘서 먹기가 싫다. 게다가 ‘고양이식 예절과 습관’(고양이 식사는 매일 정확히 같은 시각에, 인간들이 식사하기 전 준비가 끝나야 하고, 정식으로 소개받기 전에는 서로 만지면 정말 큰 실례이다 등등)을 새로 가르치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또 인간들은 고양이와 달리 거짓을 쉽게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에 바보 취급하기에도 만만하다. 너무 조용해서 적막하기만 한 고층 아파트도 왜들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전에 살던 오래된 아파트는 그림도 걸려 있고 화초도 많았고, 이웃집 소리와 거리 소음까지 또렷이 들리고 구경할 것들이 참 많았는데 말이다. 프루던스는 잡지사에서 일하는 조시와 변호사인 로라가 출근하고 나서야 옷장에서 나와 집 안을 쓸쓸히 돌아다니며, 점점 더 옅어져가는 사라의 냄새를 붙들고 사라를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고양이에게는 단 한 사람만이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프루던스는 사라가 없는 동안 로라가 그녀 대신 점점 더 마음속에 커져가는 것 또한 불안하기만 했다. 대도시 뉴욕,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펼치는 사랑과 화해의 드라마 뉴욕 한복판에서 잘나가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로라에게 프루던스는 낯설고 성가신 존재다. 엄마인 사라가 남긴 고양이어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데려왔지만, 늘 과중한 업무에 치이고 유산한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로라에게 있어 부담스럽고 까칠하기만 한 프루던스. 하지만 엄마와 로라를 이어주는 마지막 끈과도 같은 존재이다. 젊은 시절 사라는 우연히 뉴욕에 들렀다가 음악과 춤 그리고 닉을 만나 로라를 낳았지만, 결국 남편도 친구도 곁을 떠나 홀로 로라를 키워야 했다. 하지만 로라를 위해 본격적인 음악을 포기하고 작은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며 가난하지만 행복한 시절을 보낸다. 그때부터 사라가 가장 사랑한 음악은 딸 로라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 뉴욕시에서 ‘삶의 질’이라는 명분 아래 빈민가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그들이 살던 낡은 아파트가 갑작스럽게 붕괴될 위험이 처하고 주민들은 긴급히 대피하지만, 로라와 사라에게 있어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던 이웃 만델바움 씨의 고양이 허니는 건물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였다. (이 사건은 ‘작가 노트’에서 상세히 언급하고 있는 1998년의 실화에서 빌려온 것이다.) 교회에서 돌아온 만델바움 씨는 고양이를 구해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크레인이 건물을 부수기 시작하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 고양이 허니를 구하러 위험한 건물로 들어간 로라. 경찰들에게 강제로 끌려나온 로라가 다시 허니를 찾으러 가겠다고 떼를 쓰자 사라는 딸의 뺨을 후려갈긴다. 딸의 생명과 안전이 더 소중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사라에게 로라는 오히려 크게 실망하고 ‘작고 연약한 생명체를 사랑하려면 끔찍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무거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 뒤 엄마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도, 믿음도, 감사도, 사랑마저도 봉인해버리고야 만다. 한편 사라는 수년 전 프루던스를 발견하면서, 그 옛날 구하지 못했던 고양이 허니를 떠올린다. 외모까지 쏙 빼닮은 프루던스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언젠가는 딸 로라에게 전해지리라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프루던스가 실수로 백합을 먹고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 로라는 비로소 프루던스 그리고 엄마 사라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깨닫게 된다. 해고를 각오하고 병원을 달려간 로라는 간절히 애원하며 프루던스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낯익고 그리운 노래에 간신히 눈을 뜬 프루던스의 눈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돌아온 사라가 아니라 로라였다. 한편 실직한 남편 조시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알파빌 스튜디오를 재개발에서 구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하여 결실을 거두고, 사라의 옛 친구인 스타 아니스 또한 동참한다. 아니스를 통해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로라는, 이제 사랑하는 남편, 고양이 프루던스 그리고 배 속의 아기와 함께 뉴욕을 떠나는 날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언젠가 아름다운 공원에서 엄마에게 들려준 시를, 그 시를 가사로 삼아 엄마가 부른 노래를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한다. 프루던스와 함께 그 그리운 노래를 들으며, 로라는 그들 안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함께하는 엄마의 존재와 사랑을 기억한다. 《러브 인 뉴욕》은 이렇듯 가난했지만 서로로 인해 살아갈 수 있었던 따뜻한 과거를 기억하는 이야기이다. 서로를 더없이 사랑하면서도 멀어지게 된 엄마와 딸, 잃어버렸던 삶과 뉴욕의 시티 라이프 사이에 다리가 된 고집 세고 까칠한 고양이가 전하는 엉뚱한 고백이다. 또한 우리 안에 언제나 깃들어 있는 희망과 치유의 힘 그리고 동물의 사랑이 어떻게 우리 모두를 보다 나은 인간으로 만드는지를 증명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월은 뭔가 중요한 일이 일어났을 때 진정으로 시작된다. 세상에 태어났을 때. 평생을 함께할 인간을 찾았을 때. 삶이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사라가 나를 발견한 날처럼. 그날 이후 나는 줄곧 나만의 세월을 헤아려왔다. 프루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