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두 페소아 Fernando Pessoa
1888년 리스본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가족 모두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으로 이주했다. 1905년에 홀로 고향으로 돌아와 리스본 대학 문학부에 입학했으나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학업을 중단하고는 영어 무역 서신을 번역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1912년 『아기아』에 포르투갈 시문학에 대한 글을 발표하면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1915년 포르투갈 모더니즘 문학의 시초라 평가받는 잡지 『오르페우』를 창간했다. 일생 동안 여러 잡지와 신문을 통해 130여 편의 산문과 300여 편의 시를 발표했고,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몇 권의 영어 시집을 펴냈다. 1934년 생전에 출간된 저서 중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로 쓴 시집 『메시지』를 출간했다. 틈틈이 기록해놓은 단상들을 모아 『불안의 책』을 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간질환이 악화되어 1935년 4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후 엄청난 양의 글이 담긴 트렁크가 발견되었고, 아직도 분류와 출판이 진행되고 있다.
포르투갈 문학의 모더니즘 운동을 주도한 페소아는 자신의 존재를 해체시켜 단일한 "나"가 아닌 복수적인 존재를 추구했고, 이를 수십 명의 이명(異名)을 통해 구현했다. 사후 47년이 흘러서야 출간된 대표작 『불안의 책』은 작가와 흡사한 반(半)이명 베르나르두 소아르스의 영혼의 기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일평생 끊임없이 추구했던 내면의 성찰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오진영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했고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대학교(UNICAMP)에서 인류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자유기고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고, 옮긴 책으로 파울로 코엘료의 『알레프』, 네우송 호드리게스의 『결혼식 전날 생긴 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