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황후가 될 운이라 하였습니다. 태점이…… 내 황후가 된다 하였어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연모하는 사람을 믿고, 목숨 다하는 날까지 연모하는 일뿐일지어니. 그리하면 모든 이들이 너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나야말로 어찌 무엇을 더 해주어야 하느냐. 엎드려 빌어야 하느냐. 이게 황제이냐. 아니. 이것이 인간인 것이냐.” 길목에 나란히 자라난 나무에는 밝은 등이 줄줄이 대문까지 이어져 달려 있었고 그 불은 화사하게도 빛나고 있었다. 그뿐인가. 국화 꽃잎이 바닥에서 은은하게 바람에 날려 춤을 추고 있었느니. 언제고 계속되었을 것인가. 3년을 하루같이 계속되었을 등이었고, 3년을 하루같이 계속되었을 꽃길이었다. 또 언제고 계속되었을 것이다. 오늘도, 명일도, 또 그 다음 날도……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십년 후에도……. 이 등들은 빛을 발하고 있을 것이며 길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꽃잎이 흩날릴 것이었다. 수십 개의 등들과 꽃잎들을 바라보며 황제는 길바닥에 서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무슨 마음으로 등을 달고 길에 꽃을 뿌렸을 것인가. 아, 자신 따위는 가늠할 수도 없는 그녀의 마음이라. 기다림이라…… 연모라. 휼은 천천히 그 꽃길의 언저리에 서서 그녀가 든 서궁을 향해 절을 했다. 어찌 이 길을 밟겠는가. 어찌 이 등의 안내를 받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