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의 운을 타고 났으나, 황후이면 안 되는 생이로다. 황후이나 황후일 수 없으니 애통하도다. 하늘이 되어야 살 수 있으나 하늘이어서 죽게 되는 삶이라. “이것은 술잔이라 하지. 네가 든 것은 주전자이고…… 네가 손에 낀 것은 옥가락지라 하고…….” 그가 마지막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을 때는 가슴뼈가 으스러지는 줄만 알았다. 심장이 뛰다 못해 늑골을 부숴버릴 것 같았기에. “다들 이름이 있는데……. 나만 없구나. 다들 가졌는데…….” 단 한 번도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그녀였다. 이 나라 승상이 찾아와 손목을 잡아도 뿌리치던 그녀였건만 자신의 무릎으로 고꾸라진 이 사내는 뿌리칠 수가 없었다. 머리로는 무릎을 빼야 한다고 외치건만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읊조리는 그의 말에 차마 무릎을 뺄 수가 없어 아침이 올 때까지 그의 베개 노릇을 해주고야 말았다. “살고 싶다. 나도…… 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