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신종플루, 광우병, 조류독감, 사스 그리고 메르스까지…
평범한 바이러스는 어떻게 세계를 위협하는 살인마가 되었을까?
세계를 공포로 들끓게 한 조류독감, 광우병, 구제역, 사스 그리고 신종 플루를 기억하는가. 잊을 만하면 한번씩 찾아오는 이들은 지난 공포까지 되새기며 더 큰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온갖 바이러스를 생물학적 ‘침입자’라고 말한다. 생물학적 침입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인류의 건강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 책 《바이러스 대습격》의 저자 앤드류 니키포룩은 머잖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류독감이 유행하고 그것이 인간 유행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인류가 추진해온 세계화가 본의 아니게 세계를 궁지에 몰아넣은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1997년 홍콩에서 최초의 인간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18명이 발병하고 6명이 사망한 뒤 홍콩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03년 12월에는 한국에서도 가금류에서 H5N1이 확인되었다. 같은 해 이미 사스의 대유행으로 공포는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 당국은 ‘안심’하라는 말을 끝없이 되풀이했지만 양계 소비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사람들은 가벼운 오한, 발열, 기침에도 공포에 몸서리쳤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며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집에 돌아오면 잊지 말고 손발을 깨끗이 닦으라는 지침을 따르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마디로 우리는 무방비 상태였다.
경제 행위의 일환으로 시도되는 모든 일에는 그에 상응하는 생물학적 거래가 수반된다. 이제는 곰팡이나 박테리아가 세계를 누비면서 눈에 띄게 불안정한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광우병이 버젓이 세계 시민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은 국제무역과 방만한 권력 덕분이었다. 여행이 용이해지면서(아울러 무엇이든 식재료로 삼는 광둥성의 식습관에 힘입어) 비교적 게으른 바이러스에 속하는 사스까지 해외여행에 나섰고 결국 전염병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각국 병원의 심히 유감스런 현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침입자들은 가는 곳마다 원색적인 사회 비판을 퍼붓는다. 지난 20년 간 (조류독감부터 구제역까지) 600종이나 되는 가축 질병이 불안스럽게 만연한 것으로 보아 ‘가축 혁명’과 농업계에 만연한 규모 지상주의 사고방식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문명과 함께 들어온 바이러스, 인류에게 해를 끼치는 모든 바이러스는 문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위대한 생태학자 찰스 엘튼은 50년 전에 이미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수천 종의 유기체들이 한데 뒤섞여 자연에서 무시무시한 ‘전위’가 시작되는 역사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식의 난장판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예기치 못한 비상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류에게 내린 최악의 저주는 환경이 아무리 끔찍해도 습관화되면 참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19세기의 한 저명한 병리학자는 이렇게 한탄했다. 또한 루돌프 피르호는 “개인의 생명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고 표출하는 것이 질병이라면 유행병은 대중의 불안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유행병이라는 폭넓은 주제를 설득력 있게 총망라한 이 책은 일촉즉발의 불안정성, 예측 불가능한 미래, 우리 모두의 문 앞에 매복해 있는 미생물 테러리스트에 대처하기 위한 가이드북이다.
우리에게는 여분의 침대와 장비, 백신이나 의약품을 생산할 ‘여분의 능력’이 전혀 없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과 재채기는 반드시 가리고 하세요’라는 식의 첨단 과학기술과 거리가 먼 저급 기술적 메시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는 지금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살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성대한 바이러스 파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