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라 부르기엔 너무나 치열하고 지독한 욕망. 사랑 이전, 연인이 되고픈 사람에게 정말 여러 가지 구애를 한다. 좋아한다, 보고 싶다, 자꾸만 생각난다. 등등. 정작 사랑이라는 말에 그것들이 모조리 포함 되어있음에도 사랑한다는 말은 고백과 같기에 쉽게 꺼내지 못한다. 그러함에도 용기를 내어 말한 사랑에 상대가 응한다면 그보다 행복하고 달콤한 나날들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구애 과정을 통했음에도 사랑이 뭔지 모르고, 그저 갖고 싶기만 하다면 욕망일 테다. 그런 욕망은 집착으로 변하고, 상대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결국 사랑이었음에도 그걸 모르고 심지어 공포마저 야기한다. 이 글은 그러한 사람의 심리를 무섭도록 살벌하게 그려낸다. 그저 로맨스라고 하기에도 무척이나 충격적인 내용과 엔딩이 당신의 마음에 생채기를 낼지도 모를 만큼이다. 다크초콜릿처럼 씁쓸하고,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이야기. 글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은 이 작품은 로맨스의 탈을 쓴 스릴러가 아닐까 싶은 것이었다. 심리묘사가 무척 탁월하며 문장의 흐름은 강렬하고, 문체는 거침없다. 그리고 설마 했던 것, 혹은 정말 ‘걱정’ 되는 부분들 또한 거침없이 독자들 앞에 우뚝 그 날카로운 칼날을 세운다. 점점 달콤함은 사라지고, 다시 깨물어 본 글의 맛은 우둑거리며 입안에서 쓰디쓰게 부서지며 끝끝내 짙은 향을 놓치지 않은 채 가슴속 깊이 녹아내린다. 판타지도 다크판타지라는 장르가 있듯, 이 작품은 다크로맨스 라고 불러야 할까. 사랑이라는 말과 가장 닮아있고 단 한 발짝만 더 나아가도 바로 코끝에 닿아있는 ‘집착’ 이라는 것에 대해 이기적이리만큼 치밀하고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 그래서 더 없이 씁쓸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