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보기 드문 학원 탐정물, 무.찾.소!
그저 보기 드문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은 상당히 특별하다. 도란토라는 어린 여학생이 주인공이고, 대사 내용과 스토리 진행은 매우 가볍고 우습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게 내용이 그렇지가 않다.
아주 간단히, 이 학교의 이사장 이름은 ‘이박명’ 이다. 그리고 이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엿’ 이며, 하도 엿을 쳐먹어 치아가 다 나가버린 상태다. 그리고 이 이사장의 사무실 한편에는 미니어처로 만든 학교의 구상도가 있는데, 이곳에 ‘삽질’을 하며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는 게 ‘이박명’의 낙이다.
위의 소개만으로, 이글은 학원탐정물이라는 주제에 약간의 정치풍자까지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함에도 도란토와 노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과 학생다운 깜찍함이 글 곳곳에 사랑스럽게 묻어나 있다. 코믹하기까지한 대사들은 가끔 박장대소를 하게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이 있다.
강렬하고 무거운 소재를 작가만의 블랙코미디로 녹여내다.
소재가 매우 무거운 편인데, 글을 읽어가는 독자가 약간의 충격을 받을 만큼이다. 강간, 자살, 살인...아무렴 추리소설이 당연히 가져야 하는 덕목(?)일 텐데 나무 나긋나긋하고 귀여운 아이들의 대화 속에 이러한 부분이 끼어들어 단숨에 공기를 눅눅하게 만든다. 그러함에도 너무 귀여운 여탐정 도란토의 모습에 빠져들고, 같이 이야기의 증거들을 모아 가다보면 어느 샌가 당신은 “범인은 이안에 있어!” 하고 소리칠지도 모르겠다. 작가 특유의 문체와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로맨스처럼 부드럽게 읽히는 것이 보통 필력이 아님을 짐작하게 된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유쾌하면서도 결코 무게를 잃지 않는 학원탐정 도란토와 함께 범인의 자취를 추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