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일상은 돌아가지만
쓸데없을지 모를 생각이 온전한 1인분의 삶을 채운다
배가 고프다. 그런데 집에는 라면이 딱 하나밖에 없다.
평소 두 개는 끓여먹는 내 양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냥 라면은 1인분이 되기엔 부족하겠지만 빈칸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파 송송 썰고, 계란 탁 넣고, 죽순 썰고 김치 국물 붓고… 이것저것 넣고 끓인 라면은 빈속을 채워준다. 오히려 특별한 요리가 될지 모른다. 요섹남의 시대 아닌가.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에도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함께 하기 위해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세상이다. 인터넷, SNS, …애슐리 메디슨. 혼자 채울 수 없는 머릿속 빈 공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부족한 지식을 메우기 위해 카톡 알림음과 함께 잠이 들며, 푸시 알림의 진동과 함께 눈을 뜬다.
하지만 혼자 있어야 할 시간도 필요한 것 아닐까?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얻는 것과 오롯이 나만 존재하는 시간 속에서 끄집어낸 것은 다르지 않을까? 어떤 것이 진짜 ‘나의 것’일까?
어느새 세상이 훔쳐가 버린 ‘혼자만의 시간’도 그렇게 어둡지도, 외롭지도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팔로워 45만, 총 3억 페이지 뷰의
잔망스러우나 독특한 김리뷰의 시선
45만 팔로워가 공감하는 페이스북 ‘리뷰왕 김리뷰’ 페이지에서 끊임없이 공감을 부르는 자신의 생각을 ‘리뷰'하는 김리뷰. 자신이 쓰고 먹는 허니버터칩과 휴대폰부터 아스트랄한 차원의 지구까지 리뷰하던 그가 자기 자신, 자신이 포함된 세대, 자신의 포함된 사회 등 시선을 스스로에게 돌린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내게 아주 조금이라도 행복이 찾아올 땐 이래서더라, 불행할 떤 이런 거였고. 그런데 넌 어땠어?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부정과 긍정의 전쟁터인 나의 머릿속은 1인분을 하고 있을까?
‘잉여’일지 몰라도 꼭 필요한 내 생각 톺아보기
이 책에는 저자가 다시 상기한, 누구의 머릿속이나 한번쯤 스쳐갔을 생각. 당연한 것처럼 따라가고 있지만 조금 생각해 보면 당연하지 않은 일들, “뭐, 쪼잔하게 그런 것까지 따지냐?”, “다들 그런 거지”라는 말에 잃어버렸던, 사소하지만 모아두면 커다란 의문을 오롯이 담았다.
혼자서 읽다 보면, 한번쯤 의문을 품어봄직한 우리 주변의 무언가를 다시 한 번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혼자라는 것을 잊을 만한 위트와 유쾌함, 찌질함도 함께 담겨 있다.
‘왜 이따위 필요 없는 말까지 써놨지?’, ‘이건 대체 왜 리뷰한 거야?’, ‘아니 애초에 이걸 리뷰라고 할 수 있나?’, ‘내가 이 책을 왜 보고 있지?’, ‘나무야 미안해ㅜㅜ’
나무한테 아주 미안하지는 않게, 뒤표지에는 냄비 착륙지를 표시해뒀다. 제대로 된 라면 받침으로 쓸 수 있게.
이 책을 읽을 이유는 다양하다. 늘 식탁 위에 놔두는 든든한 라면받침으로, 읽다 보면 시간이 잘 가는 피식잼을 위해, 그리고 어쩌면 당신에게 영감을 안기는, 의외의 감성 안내서가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