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제 네 오빠 되어 줄게.” 책 향기를 가득 머금은 서재에서 나눈 13살 지혁과 12살 서희의 작은 약속. 그리고 훗날 연인이 된 그들. 서희는 가방을 둘러메고 돌아섰다. 내가 강자라고? 어떻게 더 사랑해? 이렇게 싸우고 돌아서도 난 오빠가 밉지 않은데 어떻게 더 사랑해? 지혁은 멀어지는 서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감정이 정이라던 주은의 말이 생각났다. 정이든 뭐든. 자신의 감정이 집착이라던 남옥이 말이 생각났다. 집착이든 뭐든. 둘의 만남이 악연일 거라는 경호의 말이 생각났다. 악연이든 뭐든. 그게 뭐든, 뭐가 그리 중요해. 우리 둘만 있으면 되는데 뭐가 그리 복잡해. 지혁이 뛰어가 멀어지려는 서희를 품에 안았다. “누가 널 내가 보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 안고 싶다 생각하는 거. 네 옆에서 네 냄새 맡고, 스치듯 너와 닿는 거. 다 싫어.” “나도 오빠 눈길 아니면 싫어. 오빠 손이 아니면, 오빠 입술이 아니면 나한테 닿는 거 싫어.” 어떻게 더 사랑해. 이렇게 좋은데, 오빠가. 너에게, 나에게. 무슨 말이 우리 사이에 더 있을 수 있을까. 사랑, 이었다. 나와 같은 너, 너와 같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