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공화정은 하나의 이상이자 교훈이다
천년제국 로마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우리 시대의 생각 단추, [첫단추] 시리즈 제4권 『로마 공화정』
이 책은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펴내는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의 로마 공화정 편을 옮긴 것이다. 저자는 공화정 체제의 로마가 어떻게 테베레 강변의 작은 도시에서 일약 지중해의 초강대국으로 성장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원로원을 구성한 귀족들의 "영광과 위엄"의 경쟁, 그리고 로마의 거의 맹목적인 제국주의 전쟁에 대해 생동감 있게 서술한다. 아울러 로마 엘리트들의 경쟁적인 정복전쟁의 이야기도 탁월한 솜씨로 그려낸다. 공화정의 승리는 한편으로 비극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공화정의 제도들은 제국을 지탱하는 데 따르는 압력을 견뎌내지 못했으며, 결국 아우구스투스가 절대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훗날 로마 공화정은 다양한 체제의 모델이 되었다. 로마의 신화, 문학 작품과 예술, 그리고 공화정의 영웅과 악당들은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로마 공화정에 관한 가장 탁월한 입문서
이 책은 먼저 제1장에서 로마의 기원부터 더듬는다. 로마의 신화들은 그들의 과거와 공화정이 탄생하기까지의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어 제2장은 공화정의 정치구조가 형성되는 과정, 그리고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에서 지배세력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로마 공화정의 독특한 정치체제는 가장 위대한 힘의 원천 중 하나였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이어 제3장에서는 로마의 남성과 여성에게 기대되었던 역할과 그들의 삶을 지배한 사회적·종교적 원칙들을 살펴본다. 제4장과 제5장은 로마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에서 제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다룬다. 카르타고와의 포에니 전쟁에서 결국 승리한 로마인들은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동지중해의 복합적인 세계와 만난다. 이로써 로마 사회 곳곳으로 그리스의 영향이 확산된다. 제6장에서는 그러한 팽창이 공화정에 끼친 영향과, 공화정 몰락의 단초가 된 기원전 2세기의 위기를 탐구한다.
로마 공화정은 현대인의 상상력까지 자극
로마 공화정에는 정치나 군단의 힘을 넘어서는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제7장에서는 로마의 문학과 예술을 다룬다. 여기서는 플라우투스, 카툴루스, 키케로의 작품들에서 로마의 기념물들까지, 그리고 폼페이 시에 보존된 공화정기의 그림과 조각품들을 살핀다. 제8장에서는 군사 지도자들의 출현을 서술하는데, 결국 내란의 승자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였다. 기원전 44년 3월 15일, 카이사르는 암살당한다. 폭력은 더욱 격화되고, 마침내 공화정은 사라진다. 뒤이은 제정기에도 공화정의 유산은 지속되었다. 제9장에서는 로마 제정, 초기 기독교 교회, 마키아벨리와 셰익스피어가 등장했던 르네상스 시대, 그리고 미국과 프랑스의 18세기 혁명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친 로마 공화정의 유산을 추적한다.
근대 이후의 공화정과 공화주의에 대한 시사점도 풍부
이 책은 폭압적인 1인 지배체제(왕정)를 무너트린 뒤, 지배 엘리트(귀족)와 인민이 서로 협력하고 다투면서 어떻게 공화정이라는 통치체제를 만들어냈는지를 잘 보여준다. 명목상 귀족과 인민의 공동재산(res publica)인 공화정이 어떻게 실제로는 인민이 소외된 가운데 원로원과 행정관 위주로 작동되었는지도 지적한다. 특히 로마 공화정이 체제의 모델로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미국의 공화국 수립과정에 끼친 영향에 대한 설명은 공화정의 역사를 주제로 한 기존의 다른 입문서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시도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은 오늘날의 공화정 및 공화주의에 비추어 로마 공화정을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눈까지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