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버니. 제가…… 이리 간청드리옵니다. 어마마마와 대군을…… 정이를, 부디 살려 주셔요.” “……네 정녕 그들이 살기를 바라느냐?” 그때 왕이 속삭이매 명원(明源)의 공주는 고개를 바짝 들어 올렸다. “대국으로 가거라. 가서 네, 달기가 되면 가하지 않겠느냐?” 차게 내뱉어진 왕의 말에 이윽고 몸에 벼락이 내리꽂히는 듯했다. 대국(大國), 무(珷). 천자가 다스리는 광활한 나라. 오라비는 지금 천자를 유혹해 주지육림을 만들어 대륙을 유린하라신다. 목숨 셋과 자존심 하나. 저울질할 가치가 전무한 일이었다. “어찌하겠느냐, 가랑(嘉娘)?” 선택지는 바이없었다. 다정했던, 자신을 딸처럼 금지옥엽 여겼던 오라비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엔 두억시니만이 남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무력한 공주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대국(大國), 무(珷)를 다스리는 천자와 혼인하는 것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