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을 이루라 명한 창조신의 의지에 반(反)하여 끊임없이 반발하는 용족에게 명하노라. 끊임없이 싸우고, 끊임없이 서로를 죽이며, 끊임없이 세상을 황폐하게 만드는 너희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도다. 너희는 모두 나에게서 이어진 나의 핏줄, 그 뿌리는 하나였던 존재. 창조신의 의지에 따라 나 용신(龍神)의 이름으로 명하니, 너희는 태초의 의지로 돌아가라. 두 용족의 화친을 명하는 바, 그 증거로서 서의 용제 서천은휘군(西天銀暉君)과 동의 왕녀 동천월영후(東天月影后)의 혼약(婚約)을 명하노라.
“형태야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 않았던가? 후궁 역시 엄연히 나에게 속하게 되는 것이다만, 왜, 싫으신가? 고귀하신 용제 전하께서 차마 후궁은 못하시겠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일부러 모욕적인 발언으로 카이디안을 자극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어디 이제 어떻게 나오나 보자, 라는 표정으로 시안은 카이디안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런 바보 같은 제안은 받아들이지 마라. 제발 돌아가, 카이디안.’
그가 이 도발을 받아들인다면, 시안은 계속해서 카이디안의 마음을 짓밟아야 한다.
“물론.”
카이디안은 시안의 손을 살포시 들고, 그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
“그대의 곁을 허락받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