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들어서며
봄. 길 위에 서서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봄이라 친구가 더 그립다니
눈 속에서도 꽃이 피나니
맑게 평정되는 마음을 찾아 청평사로
취해있는가? 깨어있는가?
성산포에서는,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철쭉은 전설이 되어 붉게 피고
강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간 김삿갓
배꽃이 비처럼 흩날릴 때 떠나간 님
봄은 내 발걸음의 속도와 같다
여름. 푸른빛, 축제의 길
해와 푸른 바다를 품는 해파랑길
마음을 비워야 가득 차는 대숲
활짝 핀 내소사 꽃창살
샹그릴라를 찾아서
신선들이 노닐던 별천지 무릉계곡
비오는 날의 흥취, 세검정
세조가 죄를 씻은 오대산 상원사
이승에서 만난 사랑, 단종과 단종비
옹녀와 마지막 빨치산 이야기가 있는 벽송사
선암사 해우소에 가서 실컷 울어라
가을. 바람, 고독의 길
가을 서련지에 연꽃이 피면
삼남대로가 시작되는 곳, 제주 관덕정
벗들이 있어서 행복한 백탑파
벌교에서 태백산맥을 만나다
무덤이 두 개인 공양왕
다신 정약용이 노닐던 수종사
아리랑의 고장 진도에서 만난 풍경
호중 별천지의 푸른 구슬, 별자리를 심어 놓았네
덕숭산 수덕사의 지는 해는
순천만의 가을 석양빛
겨울. 아직 끝나지 않은 길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은 산
신화를 꿈꾸며
달빛을 벗 삼아 걷기
책으로 만나는 여행의 즐거움
버들꽃나루에서 풍류를
무등산 옛길
꿈에서 본 몽유도원도를 가보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는 할아버지강
겨울에 오동나무꽃이 피었다는 팔공산 동화사
연꽃차를 마시며
다시 봄. 길 위에 서다
남도의 바람소리에 잠 못 이루다
달마가 남쪽으로 간 까닭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은 시작되고
노란 동백꽃 향기 따라 떠나는 문학기행
무덤가에 핀 묏버들 사랑
천년의 숨길이 숨어있는 돌담
삶의 봄을 향한 고행,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물과 산이 비단으로 둘러싸인 남해금산
제주 유배길에서 만난 추사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