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주 씨는 남녀 간에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글쎄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다른 거니까 절대적으로 없다 혹은 있을 수 있다로 결론 지을 순 없는 거 같아요.”
“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는 이성은 둘 중 하나가 좋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뭐 둘다일 수도 있고요. 설사 지금은 없다 해도 작은 촉매제 하나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봐요.”
“경험인가요? 아니면.”
“주변에서 많이 봤거든요. 실제로 친구들 중에 그렇게 만나서 결혼한 친구도 있구요.”
내 주변에선 딱히 그런 일이 없는 지라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지환 씨는 친하게 지내는 이성친구가 한 명도 없어요?”
“깊은 데까지 마음을 공유하는 이성은 없는 거 같아요. 그냥 다같이 가볍게 만나기는 해도.”
“이성들한테 인기 많을 것 같은데.”
“많은 사람한테 인기 있을 필요 있나요. 한 사람만 좋아해 주면 되죠.”
그러면서 그가 의미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말이나 반응이 싫지는 않았다.
그가 곧 화제를 바꾸어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함께 있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되자 아쉬워졌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여가 생활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는데 나는 바다를 좋아하는 데 반해 그는 산을 좋아했고,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는 나와 달리 그는 시끌벅적한 걸 좋아했던 것이다.
그는 이번에도 다음 번에 다시 만나기를 원한다고 말했고, 나 역시 그와의 만남이 제법 즐거웠기에 그러자고 대답했다.
지환 씨와 헤어지고 난 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길, 문득 그의 말이 이제 와서 신경이 쓰였다.
오빠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지만, 뭔가 내 안에 이상한 마음이 꿈틀거려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이내 털어냈다.
만약 ‘우리’가 특별한 관계로 발전할 사이였다면 이미 그러했으리라.
오빤 내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게 확실했다.
다만, 날 동생으로서 아끼고 좋아하는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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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최승지 지음
1부족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데워주고 싶은 글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