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 몇 겹으로 접혀 낡은 소파에 누웠다 2. 며칠 현관문이 ‘외출 중’을 붙잡고 서 있는 동안 나는 세상에서 방전되었다 3. 익숙한 풍경이 커튼처럼 걸리고 4. 빛이 차단된 몸에서 5. 수많은 눈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간다 6. 화창한 오후는 그림자를 둘둘 담요처럼 감는다 7. 뱉지 못한 문장 뒤틀린 서술들 8. 나는 오래전 어둠에 길들여진 어긋난 문법 9. 나를 필사하는 오후의 손가락이 한 뼘 길어졌다 흐린 지문으로 나를 한술 떠먹는다 10. 적막의 두께로 낡은 하루가 완성되었다 11. 가끔 손을 넣어 가라앉은 나를 휘저어 본다 12. 그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를 열고 들어섰다 13. 닫으려 해도 닫을 수 없는 문이 되어 버렸다 14. 서툰 가장(假裝)은 헛된 몸짓 15.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너의 손을 잡는다 16. 허공에 쏟아지는 눈빛 17. 그렇게 말하고 나면, 난 돌아서지 못할 것 같아서 18. 내 안에 쌓인 어둠이 불이 되어 타올라 19.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완벽한 진공이 되어 버렸다 20. 소리 없이 열린 문틈으로 네가 스며든다 21. 어느새 네가 내 안에 가득 차 버린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나의 착각일 뿐 22. 네가 없는 곳에도 너는 있고 내가 있는 곳에도 너는 있다 23. 너는 나를 가득 채워 놓고 돌아섰다 24.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25. 나비에겐 수많은 꽃 중의 하나이듯 네겐 내가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에겐 네가 전부였다 26. 넌 잊었을 떨궈 놓은 네 한 조각이 나를 사무치게 한다 27. 네가 없어도 나는 괜찮다……라고 말해 본다 28. 당신도 가끔은 내가 그리워 웃을 때가 있었을까? 29. 그렇게 돌고 돌아 네게 향한다 에필로그 작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