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영이 청혼했다고 하지 않았어?”
시후가 간신히 입을 뗐다.
“청혼에 대답하지 않았어요.”
“너에 대해 약간 알아. 물론 윤우영에 대해서도. 너희 둘, 오래된 사이……, 다 알고 있어.”
“난 시후 씨가 나와 결혼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강요는 아니지만.”
이렇게 그녀는 그의 신부가 되었습니다.
발췌글
해윤이 결혼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매우 느닷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첫 데이트를 침대에서 갖자고 한 것은 정말이지 예상 밖을 넘어 충격이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같이 자자고 하는 그녀에게 순순히 져 줄 만큼 그는 그녀가 좋았다. 결국 꿈은 이루어지는가, 하고 쾌재까지 불렀다.
그 유명한 윤우영의 여자이기에-물론, 그 사실을 드러내놓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 주변 상황이었지만- 시후조차도 함부로 건들 수도, 들이댈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해윤은 도도했다. 그녀를 아는 남자들은 모두 해윤을 향해 음흉한 눈길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해윤은 절대 헤프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가 아는 사람들 모두가 수군거렸다. 그녀가 조금만 인물이 덜 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같은 집에 사는 정문제약의 아들이 그녀에게 빠지지만 않았다면, 그랬으면 그녀가 좀 더 편했을 거라는 중론(衆論)과 함께.
그녀는 품귀(品貴)현상을 낳는 고급스러운 물건, 혹은 상아빛으로 윤기 흐르는 도자기로 비유 되었다. 나란히 놓인 도자기들을 모두 싸구려 그릇들로 전락시켜 버리는.
그런 그녀를 시기하고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시후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정문제약의 진짜 영양(令孃)이 아닌 관계로, 시후나 그 주변의 짝짓기 알맞은 동뜬 가문의 자제들이 섣불리 깊게 들어가기를 회피했다. 이 부분에서 시후는 혼자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녀 옆에는 언제나 윤우영이 있었다. 심지어 아무도 송해윤을 그냥 송해윤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모두들 그녀를 ‘윤우영의 그녀’라고 부르며 저희들끼리 음탕한 말로 떠들었다.
유학 중이던 열아홉 살의 시후가 잠시 고국에 들렀을 무렵, 누군가의 생일 파티에서 그녀의 존재를 알았을 때도 그녀는 그렇게 불렸다. 어떤 녀석은 ‘저 아이가 윤우영의 걔야. 죽이지? 근데, 꿈도 꾸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