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자주 있어?”
“무슨 일요?”
“그러니까. 이렇게 외간 남자랑 침대에 마주 앉아서. 그…….”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야, 그게 과년한 처녀 입에서 나올 말이야? 어떤 놈이야. 어떤 놈이랑 침대에서!”
감정이 격해져 저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시큰둥하게 저를 쳐다보는 영자의 눈과 마주치자 갑자기 머쓱해져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팔짱을 풀고 영자를 향해 삿대질을 해대던 손도 민망함에 아래로 툭 떨어졌다. 영자의 무심한 눈이 손바닥 안으로 굽어지는 재형의 검지를 흘깃 지나쳤다.
“침대에서?”
고저 없이 묻는 영자의 물음에 재형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남녀가 침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단순했다. 자거나, 잤거나, 섹스하거나, 섹스를 했거나. 차마 동글동글 순진한 눈빛의 영자를 마주하고 그 말을 할 순 없어 속으로 삼켜 버렸다. 그리곤 은근슬쩍 시선을 회피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뭐, 하고 싶은 거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