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한 바람을 타고 옆집으로 넘어간 손수건이 꼬리를 달았다. 그리고 이것이 시현과 세강, 두 사람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근데, 여자예요? 남자예요?” “누구? 내 동생? 남자.” “며, 몇 살인데요?” “스물여덟.” “에엑?” 얼결에 상대하게 된 남자는 처음엔 까칠한 분위기로 그녀를 압도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부드럽다.’ 시현은 세강의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며 그 감촉을 즐겼다. “다음엔 미용실 가서 시원하게 잘라요.” 미소를 지은 채 머리를 빗는 시현의 손을 세강이 살짝 잡아 쥐었다. “……모르는 사람이 손대는 거 싫어.” 나지막하게 들려온 그의 말에 시현은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그가 나로 인해 변하는 것 같은 기분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런 그를 두 팔로 꼭 안아 주고 싶어졌다. “형, 나 심장이 이상해. 병이 생겼나 봐.” 그리고 그의 가슴도 시현을 따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