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갖고 있으며 그 이름은 평생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불리어질 뿐만 아니라 후세까지도 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듯 이름은 단순히 몇 음절의 단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이름은 자기 존재의 또 다른 모습으로도 역할을 한다. 이름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지칭해 주는 언어부호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명 씨·익명 씨도 자신의 이름이 있다. 이름이 없는 사람은 없듯이 이름은 인류의 보편적 언어현상이자 인류 공동체 특유의 사유체계를 잘 보여주는 문화현상이다. 언어는 인간이 집단 속에서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화 중의 하나이다. 언어의 기원 문제에 명칭이 논거로 제시되듯이 이름(name)과 이름짓기(naming), 즉 성명(姓名)과 작명(作名)은 인류 역사의 여명기부터 인류의 창조적 사고와 더불어 전개되어 왔다. 사회 공동체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구별하는 데 사용하는 언어부호인 이름은 공동체 언어를 이용한 표현 형식이라는 점에서 각 부족·종족·민족이나 국가 등 공동체만의 독특한 문화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 1940년에 일제가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말살하려는 목적으로 강제로 우리나라 사람의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고치게 한 창씨개명(創氏改名)의 저의가 이를 잘 말해 준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이름을 갖게 된다. 하지만 출생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이름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이름 바꾸기, 즉 개명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성명학 상 이름이 나쁘다는 점이 개명 신청의 직접적인 사유로 제시되는 경우가 다른 사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실제로는 가장 큰 사유로 거론된다. 왜냐하면 치열한 생존 경쟁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자신의 이름이 운명적으로 좋지 않다면 과감히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신출세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무병장수하기를 원한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후세에 명예롭게 남기고 싶어 한다. 이름은 일단 한 번 지어지면 수없이 불리고 공감(共感, sympathetic) 원리에 근거하여 이름에 담긴 뜻과 소리 등을 통해 당사자의 장차 입신출세와 부귀영화·무병장수·행복 등을 유도한다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에 대한 장차 희망과 기원을 담아 아이의 이름을 짓는 것이다. 타인에게 비춰지고 밖으로 보이는 외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사회에서는 이름도 하나의 이미지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성형을 통해 외모를 가꾸듯이 개명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더 세련되고 좋게 바꾸려 한다. 성명학적 요건과는 별개로 이름은 그 사람에 대한 인상과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에도 매우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한국 사회의 성명학과 이름짓기에 관한 인식·원리·방법 등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먼저 한국 사회에서 이름이 갖는 의미, 한국 사회의 이름짓기 경향과 특징, 이름짓는 방법의 원리에 대해 알아본다. 오늘날 한국의 이름짓는 방식과 인식에 큰 영향을 준 일본 수리성명학의 심각한 오류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음양오행론과 삼재론을 중심으로 하는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와 역학 사상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사람이 타고난 음양오행의 균형 회복을 도와주는 부가 장치로도 인식되는 이름과 선천 사주의 조화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발음오행 성명학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후 훈민정음 제자의 역학 사상과 원리에 근거하여 새로운 발음오행 성명학을 제안함으로써 앞으로 올바른 음양오행 성명학이 정립되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