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을래? 물었을 땐, 반반의 마음이었다. 이미 반쯤 취한 여자에게 신사답지 못한 행동인 건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시답지 않은 짓을 즐기는 이도 아니었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니면 말고 식은 더더욱 아니었다. 여자가 맘에 들었고, 함께 있고 싶었던 이유였다. 붉게 열이 오른 뺨을 만져 보고 싶었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을 머금어 보고 싶었다. 동물적인 본능이라고만 보기엔 가슴이 거세게 뛰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래서 그냥 보내 버리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막 헤어져 각자의 객실로 들어가려던 참에 그녀를 불러 세웠던 거였다. “나랑? 당신?” 그 자리에 서서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녀가 물었다. “싫어?” 당연한 거 아니야? 빽 쏘며 돌아설까 조금 조마조마해졌다. 이한조. 아주 골고루 한다. “글쎄…….” 답을 늘이며 그녀가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망설이고 있는 거다. “같이 있자.” 툭 던졌다. 잠시 흔들리던 눈이 질끈 감겨 버린 눈꺼풀에 가려졌다. 1초 2초 3초. “어.” 제 자신에게 다짐하듯 그녀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붙들었고, 곧장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벽에 여자를 세우고 내내 하고 싶던 대로 뺨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깊게 키스했다. 움찔 몸을 굳히던 그녀가 점차 깊어지는 키스에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부드럽다. 달콤하다. 견딜 수 없이. 잠시 입술을 떼고 숨을 골랐다. 달콤한 숨 사이로 여자의 감은 두 눈이 보였다. “이름?” 물었지만, 답하지 않은 채 미간을 설핏 찌푸린다. “한조야. 이한조. ……이름?” 이한조. 가쁜 숨 사이로 조그맣게 읊조린 여자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답했다. “주연. ……은주연.” “은주연.” “음.” 살짝 짧게 입 맞춘 후, 한조가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그리고 곧장 침실로 향했다. “이건, 꿈이야. ……그렇지?” 침대까지 뒷걸음치다 그 위로 막 주저앉으며 주연이 그를 향해 물었다. 마치 혼잣말처럼. 사실 꿈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꿈이 아니었으면 싶은 마음이지만, 그녀에게 동조해 주고 싶었다. 아직, 그녀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아마도.” 다시 키스했다. 작은 얼굴을 부여잡고 미친 듯이. 잠깐이라도 다른 생각은 절대로 하지 못하게. 그의 재킷이 바닥에 떨어졌다. 또 그와 동시에 그녀의 재킷도. 얇은 티셔츠가 밀려 올라가고, 커다란 그의 손이 봉긋한 가슴을 덮었다. 열이 올랐다. 뜨겁고 또 뜨거웠다. 거추장스러운 옷가지들이 하나둘 사라져 갈 때마다 마음이 미친 듯이 조급해졌다. “예쁘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나신이 뜨겁게 그의 두 눈을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