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고 와 버릴까? 수없이 생각해. 끌어다 다시는 아무 데도 못 가게 내 옆에 묶어놔 버릴까? 미친놈처럼 아직도 그 생각해. 어떻게 버텼나 싶게 가끔씩은 돌아 버릴 정도로…… 아파. 불구덩일 맨발로 걷는 것 같아.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보이지 않을 땐 그랬다. 나타나기만 해 봐. 내 앞에 머리칼 한 올이라도 보였단 봐. 잘근잘근 씹어 버릴 거야. 와삭 바숴 버릴 거야.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을 땐, 그랬다. 하지만 그랬던 마음은 이미 자취를 감춰 버렸다. 지독하게 치솟던 분노도 언제 그랬냐는 듯 스러지고 말았다. 마주 보아주는 눈을 보고 싶고, 무슨 말이든 해 주는 입술을 느끼고 싶고, 끈질기게 붙잡고 싶던 그 향기도 더 맡아 보고 싶고…… 그렇게 그 언젠가처럼 그녀를 갖고 싶었다. 아직도 아무런 말없이 떠나 버린 그날이 지독하게 원망스럽지만, 그것보다…… 끝끝내 사랑한다 말해 주지 못했던 그 밤이 더 사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