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이 정당한 문학장르로 인정받지 못하는 까닭은 대중적 기호에 영합하는 구성과 비주류적 소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 제5권 <죽음의 혼례>는 문학의 한 장르로서 추리문학이 자리매김될 가능성의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작품의 배경으로 깔려 있는 12세기 영국 역사의 한 단면은 작가의 손길에 의해 인간사의 보편적 무대로 승화되고 있는 바, 이 책의 독서는 곧 12세기를 통해 20세기를 읽고, 20세기를 통해 12세기를 돌아보는 반성적 책읽기인 동시에 세상읽기이기도 하다.
<죽음의 혼례>는 중세도시를 배경으로 탐욕과 사랑, 신의와 배신, 삶과 죽음을 교차시키며 직조해낸 한 폭의 아름다운 태피스트리다. 역사적 배경과 추리적 기법을 동원하면서 궁극적으로 작가는 인간의 악과 선함, 아름다움과 추함의 다면적 면모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흥미로운 추리소설인 동시에 한편의 애틋한 인간 드라마로 읽히며, 문장의 행간행간마다 작가의 인간애에서 우러나오는 따스한 유머가 배어 있어 독자에게 온화한 체험도 아울러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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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작가 엘리스 피터스 Ellis Peters(본명 에디스 파지터 Edith Pargeter)는 1913년 9월 28일 영국의 시로프셔 주에서 태어났다. 화학실 조교와 약 조제사, 그리고 제2차세계대전 중에는 해군으로 참전하는 등 그녀가 쌓은 다양한 경험과 이력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녀는 1959년 46세 때 스릴러 소설 『죽음의 가면』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해, 1963년 『죽음과, 행복한 여자』로 미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에드가 앨런 포 상을 받았고 1970년에는 `현대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치사와 함께 `마크 트웨인의 딸`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1981년 캐드펠 시리즈의 한 권 『수도사의 두건』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실버 대거 상을 받기도 한 엘리스 피터스는, 1995년 10월 생전에 지극히 사랑했던 고향 시로프셔에서 여든두 해의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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