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 11번째 권. 베네딕트회의 한 수사인 캐드펠은 파혼을 당한 후 사라져버린 여인과 그녀를 사랑하는 세남자와의 일을 추적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고 아픈 상처를 치유한다. 이야기속에서 벌어지는 긴장감과 감동은 독특한 스토리 전개로 재미를 더한다.
굿모닝 시루즈베리! What a Wonderful World!
영화 <굿모닝 베트남>을 보면서 사람들은 생각했다. '삶의 갈망인가 분노의 표출인가.' 공습 경보가 하늘을 뒤덮고 포탄의 불꽃들이 사람들을 집어삼킬 때 라디오 진행자 역할을 했던 로빈 윌리엄스가 루이 암스트롱의 를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솟아오르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스러져가는 베트남의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은, 그리고 그들의 사랑과 우정과 신의는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는 음악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화면을 채웠다.
이 소설에서 캐드펠은 '12세기 잉글랜드의 로빈 윌리엄스'이다. 땅딸마한 키, 장난기 가득한 얼굴, 따뜻한 가슴, 다른 점이 있다면 라디오 진행자에서 수사로 신분이 바뀌었다는 것. 그가 내보내는 음악이 로큰롤이나 재즈가 아니라 성가대의 맑은 노랫소리라는 것. 그러나 캐드펠 역시 로빈 윌리엄스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살육과 음모를 일삼던 위정자들이 존재하는 역사의 또다른 현장에 서 있다. 그리고 특유의 추리력과 모험심과 유머를 가지고 전쟁과 학살로 얼룩진 시대와 그 속에서 무기력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시루즈베리 수도원을 휘감아도는 성가대의 소리는 부드럽고 달콤하며 한없이 아름답다. 엘리스 피터스가 그들의 맑은 음성으로 감싸안으며 빛나게 해주고 싶었던 것으 ㄴ사람들 사이의 사랑과 우정과 신의였다.
전쟁의 포화에 쫓겨 두 수사가 시루즈베리로 찾아온다. 십자군 전쟁의 영웅이었으나 이제는 죽을 날을 기다리는 휴밀리스 수사, 그리고 언제나 두건 속 그늘에서 그림자처럼 그를 보살피는 벙어리 피델리스 수사. 3년 전, 휴밀리스의 약혼자였던 여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이 밝혀지자 세 남자가 각기 그녀의 자취를 좇아 필사적으로 찾아헤맨다. 파혼을 해야 했던 휴밀리스. 파혼을 당한 후 수녀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난 후 사라져버린 여인.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내고 그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캐드펠의 역할이다.
<반지의 비밀>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전쟁중에 잃어버린 행복과 사랑을 찾아낸 이들의 포옹 장면이다. '반지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자신의 근원이 되었던 고향으로 죽음을 무릅쓴 여행을 떠나는 휴밀리스. 그리고 그옆에 언제나처럼 서 있는 조건 없는 사랑. 그들이 나누는 잠깐의 대화와 눈맞춤, 잠깐의 포옹이 잃어버린 행복에 대한 완전한 보상이 될 수 없다 하여도, 엘리스 피터스는 우리에게 행복한 결론을 베풀어준다. 바로 '지켜야 하는 것은 반드시 있다'는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