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혁명이라 하는가?
무엇이 혁명의 성패를 가르는가?
고대의 혁명에서 최근의 아랍 혁명까지, 이 분야의 대가가 총체적으로 설명!
①경제적·재정적 압박, ②엘리트의 소외와 대립, ③불의에 대한 대중적 분노의 확산,
④설득력 있는 저항 서사의 공유, ⑤우호적 국제 관계 ― 이것이 혁명의 조건이다
혁명은 왜 일어나는가? 왜 우리를 놀라게 하는가? 역사의 진행 과정에서 혁명은 어떻게 발전했는가? 그것은 국내·국제 정치의 어떤 영역에 영향을 끼쳤는가? 혁명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혁명은 그 밖의 소요나 사회 변화와 어떻게 다른가? 이 책은 혁명 사건, 혁명의 지도자, 혁명의 결과를 들여다보면서 혁명이 어떻게 세계사적 사건을 지배하고 대중적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지 살핀다. 또한 혁명의 주요 이론을 논하고 혁명의 원인 등을 탐구하며 혁명의 미래를 예측한다. 저자는 혁명에 대해 "대중 동원 및 제도 변화"와 "사회 정의의 이상을 담은 추동 이념" 둘 다의 관점에서 정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혁명이란, 사회 정의의 이름으로 대중을 동원하여 (군사적 동원이든 민간인의 동원이든 둘 다든) 정부를 강제로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치제도를 창출하는 것이다.
"안정 평형"과 "불안정 평형"
혁명은 불안정한 사회에서 일어난다. 반란이나 파업이 일어나도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기존 질서를 회복하려 드는 "안정 평형"의 사회에서는 혁명의 조건이 혁명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엘리트 집단이 불만을 품고 민중이 통치자에게 불만을 품는 "불안정 평형"의 사회에서는 작은 소란이 체제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혁명의 1단계에는 국가가 사회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무너지는데, 이는 중앙의 몰락과 주변의 약진이라는 두 가지 주요 패턴으로 진행되며 최근에 타협 혁명이라는 제3의 패턴이 등장했다고 분석한다. 지도력도 혁명의 중요한 요소다. 선지자적 지도력과 조직가적 지도력이 혁명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혁명에는 막대한 희생이 따르기도 하지만, 혁명은 사회발전의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고대의 혁명부터 2011년 아랍 혁명까지 차례로 짚으면서 혁명의 객관적 조건과 추진 동력을 규명한다.
혁명을 보는 두 가지 관점
저자는 혁명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하나는 영웅적 혁명관이다. 이 관점에서는 억압받는 민중이 자신들을 이끄는 지도자들에게 고무되어 불의한 통치자를 끌어내리고 스스로의 자유와 존엄을 찾는다. 혁명은 폭력적이다. 기존 체제를 무너뜨리고 그 지지자들을 격파하려면 폭력을 쓸 수밖에 없다. 폭력은 사회 정의를 가져다줄 새 질서의 탄생을 위한 진통이다. 또하나, 혁명은 대중적 분노의 표출이며 혼란을 낳는다고 보는 관점에 따르면, 폭도를 부추기는 개혁가의 취지가 아무리 갸륵하더라도 군중은 피를 요구하고 폭력의 파도를 일으켜 심지어 혁명 지도자까지도 파멸시킨다. 혁명 지도자들은 비현실적 몽상과 자신의 영광을 좇다 문명사회를 황폐화하고 불필요한 죽음과 파괴를 부른다. 프랑스 혁명의 과도한 폭력을 두려워한 영국의 비판자들이 이 관점을 내세웠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엘리트와 혁명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는 사회에서는 많은 엘리트가 보상이나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정권을 지지할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 엘리트는 서로 의심하고 불신하는 파벌로 갈라진다. 민중 집단은 노력해도 예상된 보상이나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은 엘리트와 민중 집단은 통치자와 그 밖의 엘리트가 불의하다고 생각한다. 급기야 이들은 자신들의 불만을 설명하고 사회 변화를 통해 해결책을 내놓는 이단적 신념이나 이념에 끌린다. 통치자는 엘리트나 민중의 지지를 얻고 자원을 더 차지하기 위해 개혁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이런 조건에서는 전쟁이나 경제 위기, 지방 반란, 이례적 저항이나 탄압 같은 교란으로도 민중 봉기가 확산되고 엘리트 집단 사이에 대립이 격화될 수 있다. 상당수의 엘리트와 다양한 민중 집단이 통치자에 맞서 연합하고 큰 변화를 요구하면,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결국 군부가 이탈을 겪고 저항의 확산을 극복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면 혁명이 성공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혁명 정부의 긴급 과제와 혁명 이후
이 책에서는 혁명 정부가 해결해야 할 긴급한 과제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지도자는 어떻게 뽑을 것이며 권력 행사를 어떤 법률로 통제할 것인가? 누가 군부를 통제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새 헌법을 초안하고 채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 새 정권은 외국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기존 정권의 적과 새로 동맹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계속 싸워야 하는가? 소유를 재분배할 것인가. 국가 종교를 바꿀 것인가. 정부 운영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옛 조세 체계를 유지할 것인가, 새로 제정할 것인가. 아니면 재산을 징발하거나 국가 자산을 매각할 것인가. 옛 정권의 남은 지도자와 지지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일단 혁명의 승기를 잡은 다양한 집단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의견 차이로 집단 간에 분열이 일어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그러면 혁명은 "혁명 이후의 권력 투쟁" 단계에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