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금수회의록>은 융희(隆熙)2년(1908. 2) 황국서적조합 초판본으로 저자의 대표 신소설 작품이다. 여러 동물들을 등장시켜 인간 현실에 대한 사회 부조리 비판 및 풍자, 관리들의 부패상을 폭로하고 외세에 대한 경계, 자주 의식 고취 등을 주제로 하고 있는 우화소설이며 정치소설이다.
8가지 동물들의 등장하여 회의를 통해 사회의 악(惡)을 성토하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세상의 상하, 행위론적 책임론, 참과 거짓 등을 놓고 담론하는 것으로 현실비판의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서평>
<본문 중에서>
대저 우리들이 거주하여 사는 이 세상은 당초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지극히 거룩하시고 지극히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조화로 만드신 것이라. 세계 만물을 창조하신 조화주를 곧 하느님이라 하나니, 일만 이치의 주인 되시는 하느님께서 세계를 만드시고, 또 만물을 만들어 각색 물건이 세상에 생기게 하셨으니, 이같이 만드신 목적은 그 영광을 나타내어 모든 생물로 하여금 인자한 은덕을 베풀어 영원한 행복을 받게 하려 함이라.
우리 까마귀의 사적(事蹟)이 이러하거늘 사람들은 우리 소리를 듣고 흉한 징조라 길한 징조라 함은 저희들 마음대로 하는 말이요 우리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라. 사람의 일이 흉하든지 길하든지 우리가 울 일이 무엇 있소.
사람들이 옛적부터 우리 여우를 가리켜 말하기를 요망한 것이라 간사한 것이라 하여 저희들 중에도 요망하든지 간사한 자를 보면 여우같은 사람이라 하니, 우리가 그 더럽고 괴약한 이름을 듣고 있으나 우리는 참 요망하고 간사한 것이 아니요, 정말 요망하고 간사한 것은 사람이오.
우리 개구리의 족속은 우물에 있으면 우물에 있는 분수를 지키고 미나리논에 있으면 미나리논에 있는 분수를 지키고, 바다에 있으면 바다에 있는 분수를 지키나니, 그러면 우리는 사람보다 상등이 아니오니까.
또 사람들도 우리의 행위를 자세히 아는 고로 ‘게도 제 구멍이 아니면 들어가지 아니한다’는 속담이 있소. 참 그러하지요. 우리는 암만 급하더라도 들어갈 구멍이라야 들어가지, 부당한 구멍에는 들어가지 않소. 사람들을 보면 부당한 데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