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학 스릴러의 진정한 원조, 현대판 셜록 홈즈 범죄학자 링컨 라임 사건 파일 그 여덟 번째
최악의 연쇄살인마가 최대의 인간 데이터베이스에 침투했다! 당신은 피해자가 될 것인가, 가해자가 될 것인가.
1997년 《본 컬렉터》로 처음 등장한 링컨 라임은 미국 최고의 범죄학자이자 뉴욕시경 과학수사팀의 수장이었지만 사건 현장 조사 중 불의의 사고로 왼손 약지와 목 위 근육만 움직일 수 있게 된 불행한 천재/안락의자형 탐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전 세계 독자들을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또한 주인공 링컨 라임만큼이나 독자들의 큰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당시로서는 너무나 신선한 과학수사 방식을 도입한 구성과 절대 예측을 불허하는 작가 제프리 디버의 반전과 트릭이 가득한 플롯이었다. 전 세계 150여 개국, 2천5백만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링컨 라임 시리즈는 2010년 미국 현지에서 아홉 번째 시리즈 《The Burning Wire》가 출간된 상태다. 이에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는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제8편 《브로큰 윈도》를 국내 출간한다.
런던시경과 인터폴 연합수사의 자문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신마비 범죄학자 링컨 라임에게 때 아닌 소식이 날아든다. 바로 사촌 아서 라임이 한 여성을 강간하고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것. 연락이 끊긴 지는 오래 되었지만 아서의 천성을 알고 있는 라임은 아서의 주장대로 그가 함정에 빠졌다는 걸 직감한다. 경찰의 조력 없이 파트너 아멜리아 색스와 함께 단독으로 수사에 착수한 링컨 라임은 곧 아서의 사건과 비슷한 두 건의 잔혹 범죄 사건을 발견하고 이것을 발판으로 범인을 발끝까지 쫓는다. 그러나 이 추적은 되려 아멜리아 색스를 범인의 먹이로 던져준 셈이 되고…. 가장 광범위한 인간 데이터베이스를 제집 드나들 듯 돌아다니며 자신의 기준에 맞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골라내는 ‘용의자 522’,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는 수천 수만의 예정된 가해자와 피해자들 중에서 522의 먹잇감을 찾아내어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
제프리 디버의 2008년작 《브로큰 윈도》는 기존의 링컨 라임 시리즈와는 남다른 면이 있는 작품이다. ‘뼈를 숭배하는 살인마 본 컬렉터’, ‘최강의 암살자 코핀댄서’, ‘곤충의 지혜를 이용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곤충소년’, ‘중국에서 건너온 살인청부업자, 돌원숭이’ 등 기존 작품들의 범인들이 아날로그적 성격을 띤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시대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완전한 ‘디지털형 범인’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2001년작 스탠드 얼론 《블루 노웨어》에서도 이러한 범인을 등장시킨 바 있지만 《브로큰 윈도》에서 보여주는 시사성과 플롯은 그 10년의 기간만큼 더욱 강력하고 깊이 있어졌다.
《브로큰 윈도》의 주소재는 인간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데이터 마이닝’ 회사다. 데이터 마이닝의 원개념은 ‘기존 데이터 속에 숨겨진 패턴과 상관관계를 찾아내어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고 의사 결정에 이용하는 과정’이지만 《브로큰 윈도》 속에서 디버는 데이터 마이닝을 조지 오웰의 《1984》 속의 무시무시한 빅 브라더로 발전시켰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데이터 마이닝 회사 SSD(Strategic Systems DataCorp)의 이너서클은 미국 2억 8천만, 해외 1억 3천만 명의 자료를 보유한 그야말로 전 세계 최대의 인간 데이터베이스로 묘사되는데 초병렬 컴퓨터 네트워크로 구성된 이너서클 속에는 전화번호, 주소 등 수집된 인간들의 기본 신상정보를 비롯 자동차 등록과 면허증, 물품 구매내역, 여행 정보, 신용 정보와 수입 내역, 고용 내역, 가족, 친지, 동료 관계, 웹상의 인맥 관계, 즐기는 취미나 자주 가는 곳까지 그야말로 한 인간의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 속에 최악의 연쇄살인마가 침투하게 된다면? 이것이 바로 《브로큰 윈도》의 핵심 이야기다.
기존 추리 스릴러 소설들이라면 범인이 데이터베이스 침투 후 범행대상만을 찾아내는 것에 그치겠지만 제프리 디버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피해자뿐만이 아닌 자신의 죄를 뒤집어씌울 가해자까지 이 데이터 마이닝 회사를 통해 알아내는 것이다. 5월 22일에 첫 범행이 일어났다는 이유로 ‘용의자 522’로 불리는 범인은 과거의 아날로그적 살인범이 현대의 테크놀로지를 만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진화한 살인자다. 열여섯 자리 숫자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부르고 그들의 모든 것을 자신만의 창을 통해 관찰하며 사냥을 즐기는 522는 제프리 디버의 그 어떤 범인들보다도 더욱 오싹한 구석이 있는데 그것은 현대사회의 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품의 제목인 ‘브로큰 윈도-깨진 창문’은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 집중해야 하며 작은 것들을 잘 통제하면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를 담은 유명한 사회학 이론이다. 작품 속에서 이러한 ‘창문’은 무척이나 다양한 인물의 시선과 배경으로 묘사되는데 공포에 질려 창밖을 내다보는 피해자의 시선, 그러한 피해자를 창문으로 엿보는 범인의 시선, 창문을 통해 용의자를 관찰하는 경찰의 시선, 또한 도시 속의 텅 빈 창문들, 먼지 낀 창문들, 데이터 마이닝 회사 SSD의 로고 감시탑의 창문 등 현대사회 속에서 숨은 관찰자와 창문의 비유는 거장이 된 추리작가 제프리 디버의 새로운 깊이와 연륜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프리 디버는 얼마전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를 계승하여 쓸 작가로 발탁이 되기도 했다. 2011년 발표될 새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디버식으로 어떻게 재탄생할지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다음 링컨 라임 시리즈는 또 어떤 소재를 가지고 집필할지, 링컨 라임 캐릭터는 또 어떻게 발전할지 제프리 디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진다.
새로운 링컨 라임 시리즈 《The Burning Wire》는 2011년 독자들을 찾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