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소개
세계경제의 뜨거운 현장에서 이방인의 눈으로 본
글로벌 경제의 현재 그리고 대한민국 이야기!
이 책은 2014년 12월부터 IMF 이사로 파견된 최광해 이사의 뜨거운 현장 기록이다. 약 700일 동안 IMF 이방인으로 본 세계경제의 흐름과 그 속에서 발견한 대한민국의 현 위치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이 지나치게 자조와 비관에 빠져 있는 것을 지양하며, 세계에서 보는 우리, 우리가 보는 세계를 넘나들며 더 넓은 시야에서 미래를 설계해 볼 것을 제안한다.
◎ 출판사 리뷰
세계경제의 중심, IMF에서 만난 생생한 현장!
‘위기 해결사’ IMF는 세계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이 책은 2014년 12월부터 IMF 이사로 파견된 최광해 이사의 뜨거운 현장 기록이다. 약 700일 동안 IMF 대리이사로 일하면서, 제3자의 입장에서 본 세계경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스 경제위기부터 브렉시트 같은 세계적인 경제 이슈는 물론, 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IMF에 가입한 189개 회원국의 국가경제의 문제가 늘 IMF 이사회의 안건으로 오른다. 2015년에만 IMF이사회에서는 260건의 보고서를 논의했고, 공식회의만 일주일에 3번, 비공식회의를 포함하면 1년 동안 회의한 횟수는 373회였다.
브렉시트, 유럽경제위기, 도이체방크쇼크 등 세계 각 국가들이 경제 위기에 직면하게 될 때도 해당 국가보다 더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바로 국제통화기금, 즉 IMF다. 『IMF 견문록』에는 이러한 글로벌 경제 이슈에 대응하는 IMF 현장의 긴박함과 절실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IMF는 태생적으로 위기 해결사(Crisis Fighter)로 태어났다. 경제위기를 맞기 전에는 IMF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기도 했으나, 경제위기를 겪어본 나라는 역시 IMF를 찾고 권고를 따르게 된다. 소위 경제 위기는 전염성이 높다고 한다. 자본시장이 개방되어 있는 한 한 국가의 위기는 주변 국가로 쉽게 전염되어 한 대륙의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을 막고 세계경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IMF는 늘 감시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저자는 2년 동안 IMF 한가운데서 세계경제 문제를 논하면서 대한민국의 위치에 대해서도 다시 논한다. 한국도 숱한 경제적 위기를 겪었고 IMF 지원을 받았지만, 이제 그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노인문제와 빈부 양극화, 청년 실업 문제 등이 겹치면서 ‘금수저-흙수저론’처럼 자조적인 비하와 절망적인 세태 풍경이 우리나라 곳곳을 채우고 있고, 잘살고 있음에 대한 감사와 행복함을 이야기하기가 낯설어진 지 오래이지만 절망 속에서도 우리의 모습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문제의 명확한 해결은 아니더라도 실마리는 찾을 수 있으며, 아직 남은 희망이 있음을 상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F의 이방인이자 내부인으로서, 세계경제의 면면을 담담하고도 세심하게 풀어낸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보는 것은 독자들에게도 지난 금융위기 이후의 변화된 국내 경제ㆍ사회 상황을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1945년 12월 27일 공식 출범한 세계무역 안정 목적의 국제금융기구.
IMF의 주된 임무는 세계 통화금융 시스템의 협력을 증진하고 환율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임으로써 국제교역의 균형된 확대를 지원하는 것이다. 아울러 회원국의 다자간 결제 시스템의 수립을 지원하고 회원국이 지급결제의 어려움을 겪을 경우 유동성 지원 등 적절한 방어막을 제공하는 것이다.
출범 당시에는 29개국이 협정문에 서명해 회원국이 되었고, 1946년 말 39개국으로 확대됐다. 우리나라는 1955년 58번째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1947년 3월 1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같은 해 5월 8일 프랑스에게 최초로 자금을 지원했다. 이후 줄곧 북미와 서유럽 국가 중심으로 운영되다가 1980년대 들어 새롭게 독립한 아프리카와 태평양 신생 소국들이 대거 합류했다. 1980년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이전 중화민국의 회원국 지위를 승계하고 국제금융시스템의 일원으로 편입됐다. 한편 구소련의 붕괴와 동구권 위성국가의 자유화가 진행된 1990년대 초반에 들어서는 동구권 국가들과 구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신생국들이 대거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거대 조직으로 급성장했다. 가장 최근에는 2010년 태평양 상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 2012년 4월 18일 남수 단이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2016년 현재 전체 회원국은 189개국에 이르고 있다.
◎ 책 속에서
오늘도 출근하니 배리(Barry) 이사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배리 이사가 모든 이사들을 만나보기로 하고 다닌 지 오늘이 닷새째이다. 오전 오후 한 사람씩 지난 5일간 10명쯤 만난 것 같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니 지겨울 법도 한데 아침부터 성화이다. 뭔가 기여해보겠다고 하는데 싫다 하기도 그래서 그와 함께 나섰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지난해 연말 미국 의회가 IMF 쿼타증액을 위해 미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돈을 반영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G20 국가들이 IMF 자본금을 2,385억 SDR(US$3,290억)에서 4,770억 SDR(US$7,339억)로 두 배 늘리기로 합의한 것은 2010년 10월 우리나라 경주에서였다. 이 합의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각 회원국이 자본금으로 낼 돈을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최대주주인 미국이 5년째 이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IMF 자본금을 두 배 늘리기로 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계기가 되었다. 그런 큰 위기가 다시 일어나면 IMF가 돈이 없어 대응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유럽 재정위기 전에는 IMF 역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어 가고 있었다. 즉 국제금융시장이 발달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얼마든지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 당시 상당수 나라들이 시장에서 차입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다. 위기 때는 역시 IMF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pp.36-37, 1부 IMF의 한가운데에서 -미국, 네가 문제야!
EU 탈퇴라는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가 알려진 날 IMF는 차분하게 충격을 삭였다. 뉴질랜드 대리이사 비키는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느냐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영국 여권으로 유럽에서 일하려던 계획은 다 틀어졌다고 아쉬워했다(그녀는 이중국적이다). 라가르드 총재도 참담하다는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모든 여행일정을 취소하고 팀을 구성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IMF는 영국의 EU 탈퇴가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5월 영국과의 연례경제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 했다. 외국인투자가 줄어들어서 탈퇴 다음해인 2017년에는 성장률이 -0.8%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잔류할 때의 시나리오가 2.2%이니 무려 3%p 하락할 것으로 본 것이다.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니 수출경쟁력이 개선되고 GDP의 0.33%에 달하는 EU 분담금을 절약할 수 있어 재정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인정했다. 그렇지만 교역이 줄어들어 성장률이 1%p만 하락해도 긍정적인 효과는 상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IMF가 이토록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이례적이다. IMF도 국제기구이기에 가급적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과거 같으면 탈퇴 시 이런 문제도 있지만 몇 가지 긍정적인 효과도 예상되니 잘 판단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중립적인 태도가 기관의 권위를 유지하는 데도 좋고 정치적으로 문제의 소지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예언이 맞는지 여부를 떠나 IMF가 영국의 잔류를 강하게 바라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IMF는 영국에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EU에 소속된 유럽 국가들은 농업 보조금 감축이나 노동시장 유연화와 같은 개혁 이슈에 그리 적극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거기서 영국은 개혁의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IMF 본연의 임무인 국제수지 악화에 따른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데도 하나가 된 유럽이 훨씬 좋다. 실제 그리스만 해도 원칙을 강조하는 영국의 존재가 과감한 지원을 요구하는 대륙 국가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_pp.110~111, 2부 IMF 이방인이 본 세계경제 이야기 - 브렉시트
IMF는 우리나라의 투자 환경도 어둡게 보고 있다. 일본처럼 기업구조가 취약하고 조선, 철강 등 일부 산업의 과잉설비가 고통스럽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이중성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의 부실채권 문제도 고려하면 성장잠재력을 높일 투자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일본은 국내시장이 커서 수출의존도가 낮다. 10~15% 수준이다.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적합한 제품을 만들면 기업들은 어렵지 않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일본 국민의 생활수준이 세계최고가 되면서 일본기업의 제품들은 수준이 너무 높아 세계시장으로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소위 갈라파고스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높다. 다소 낮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40% 안팎이다. 수출 증가를 성장 동력으로 기대할 수 있는 배경이다.
최근 걱정되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해서 수출하는 게 아니라 자꾸 해외로 나가는 문제이다. 국내투자는 부진한데 경상수지 흑자는 계속 늘어가는 이유 중 하나이다.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나치면 그 또한 고민스럽다. 우리의 흑자 규모가 크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는 외환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국제적인 압력도 걱정해야 한다.
IMF는 해외시장만 쳐다보지 말고 내수시장을 키우라고 충고하고 있다. 선진국을 비롯해 세계경제가 어렵고 가까운 시일 내 개선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수출에 의존해 우리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다른 나라의 견제와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면 노후의 삶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을 해소하고 내수가 활성화될 수 있음을 주목한다. 적절한 연금제도를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해주고 은퇴하더라도 자녀를 공부시키거나 의료보장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주어야 한다. 노후불안이 줄어들어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은 신규투자를 늘리게 될 것이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면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한 노조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
pp.148-149, 2부 IMF 이방인이 본 세계경제 이야기-일본은 우리의 자화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