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토박이로 자란 ‘나’는 바다에서 실종된 아버지처럼 역시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바다의 삶을 숙명으로 여기고 살고 있다. 갖가지 병과 무관심으로 점철 된, 결혼한 아내가 곁에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섬이 돼 가고 있을 무렵, 여름 장마철 첫 무렵.
마을의 유일한 빨간 등대가 보이는 항구 저 너머에 하얀 물체가 바다에 떠 있다. 바닷가에서 주워온 해파리처럼 반짝반짝 빛을 내는 그 이상한 물체. ‘그것’은 천천히, 그리고 너무나 깊숙이 ‘나’와 아내의 삶속으로 침투해 온다. 그 이상한 물체를 발견해 가져온 지 여러 날 째가 지날수록 아내는 예전처럼 점점 생기를 찾아가고 그 물체에 의해 두 사람의 운명은 희귀하고 이상한 전조를 띈다...
*제3회 엔블록미스터리걸작선 공모전 당선작*
“우리가 고향을 그리는 것은 단지 그 곳에서 태어나서가 아닌, 산의 무언가를 바다의 무언가를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_‘작가의 말’ 가운데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 생이 가진 고유한 사이클을 바다의 속성에다 인간 내면의 비밀로 빚어낸,
문학성과 이미지가 돋보이는 수작 미스터리!”
책속으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산책길, 해변 가에서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보고 다가갔을 때 분명 그것은 스스로 움직였다. 살아있는 듯이
그는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그것을 관찰했다.
‘특이한 종의 해파리인가?’ 신비롭고도 묘했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는 않았다. 해변에서 빈 패트병을 주워 그것을 꾹꾹 눌러보기도 하고 바닷가 쪽으로 돌려보내려 밀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곧 파도는 그것을 그의 앞으로 가져다 놓았다.
마치 그것이 그를 향해 걸어온 것처럼.
파도가 넘실대며 툭툭 쳐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그것의 형상은 그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20분 정도 눈도 떼지 않고 지켜보다가 그는 용기를 내어 살그머니 손을 갖다 대어본다.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 따뜻하고 부드럽다. 이윽고 손바닥 전체를 대어본다.
툭툭, 그것이 분명히 그를 건드렸다. 그는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그것은 살아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을 조심스레 집어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