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가 취업 문제로 고민하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아픔의 내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며 해법을 찾는 시도는 좀처럼 없었다.
혹시 좋은 직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 화려한 명함에 대한 허영심, 한 번의 취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 ‘한 방 심리’, 취업이 어려운 이유를 스펙에서 찾는 ‘스펙 만능주의’, 준비라는 명분 뒤에 숨어 사회로 나가는 것을 기피하는 ‘미루기 심리’가 취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졸업 전에 취업하라』(박천웅 지음, 21세기북스)는 제대로 된 취업 준비를 가로막는 이러한 경향을 솔직하고 냉정하게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취업난이라는 젊은이의 상처를 어루만지기보다는 매스를 들고 수술을 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국내 최대 기업의 임원으로, 취업 및 인사 전문 회사의 경영자로, 청년 프로그램의 멘토로 수많은 젊은이를 만나고 그들의 취업 과정에 직?간접적인 지도와 상담을 해왔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토대로 지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취업 준비의 발상을 통째로 바꾸라는 것이다. 스펙을 쌓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마인드와 인성, 일 처리 능력을 가다듬어 빨리 취업하라고 충고한다. 취업 문제로 상처를 안고 사는 이 시대의 청년에게 “졸업 전에 취업하라”는 저자의 주문은 잔인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항변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솔직하게 자신을 들여다볼 때가 되었다.
취업 준비는 공부가 아니다
A학점을 받으려고 졸업을 연장하면서까지 학점 세탁을 하고, 영어 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려고 매일 학원을 오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취업에 유리한 스펙을 쌓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들은 이 스펙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준점 정도의 역할만 한다. 그리고 이미 스펙은 상향 평준화되어 차별화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취업은 학업의 연장선에 있지 않다. 바꿔 말하면, 공부에 중점을 둔 취업 준비는 큰 의미가 없으며 공부와 관련된 스펙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회사는 학교와 달리 공부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 잘하는 사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이런 회사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점수에 치중한 스펙 관리가 아닌 인성에 중점을 둔 자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나의 적성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목표와 진로를 정할 수 있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단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닌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한 목표를 향해 자신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시켜 인성을 갈고 닦으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이미 스펙의 함정에 빠진 학생들은 이를 쉽게 지나치거나 뻔한 소리라며 무시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임을 저자는 책의 전반에 걸쳐 수차례 경고한다. 물론 인성은 짧은 시간에 학습할 수 없고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그러나 내 안에 잠재된 인성을 최대한 갈고 닦으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취업 적령기’의 중요성
취업 준비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항목이 있다. 다름 아닌 구직자의 ‘나이’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요즘 많이 등장하고 있는 취업 관련 서적이나 강의 내용을 보면 하나같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 취업 현장에서 나이는 채용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세대의 순환이라는 기업 조직의 원리,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젊은 감각의 필요성, 시간을 잘 운용하는 성실성의 표현 등 나이가 중요한 이유는 많다. 그렇기에 인사 담당자들은 지원자의 이력서에 졸업 후 공백기가 있으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이 많은 신입 사원이 입사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불협화음을 실제 겪어 본 당사자들이기에, 그럴싸한 이유가 있어도 잘 채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졸업 전에 취업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어떤 직장’인가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전략이 아닌 ‘언제’ 취업할 것인지에 중점을 둔 전략을 제시한다. 최소한 졸업 전까지는 기본적인 취업 준비를 모두 마친 뒤, 목표에 따라 자신의 적성에 맞는 회사를 찾아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음을 1~2부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뒤이어 3~4부에서는 이러한 준비 과정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제시하여 구직자들이 취업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이제 취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존의 취업 관련서가 구직자들에게 마취성 강한 위로와 장밋빛 희망을 심어 주었다면, 『졸업 전에 취업하라』는 치열한 현실과 사실적인 대안을 제공한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준비하여 도전한다면 취업 전쟁에서 반드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