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우리가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 전부터 살아온 훌륭한 집안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나는 할머니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우리 집안이 할머니 말처럼 훌륭한 집안이라면 어떻게 할머니와 나, 단둘만 사는 외로운 집으로 변해 버렸을까,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동네를 사람들은 구파발이라고 부른다. 나는 구파발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그냥 동네 이름이겠거니 생각할 뿐이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동네 이름에 무슨 뜻이 있을 리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상에 많고 많은 이름들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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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정소성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정소성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문과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했으며, 동인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박영준문학상, 월탄문학상 등 여러 상을 받았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 , , , 등이 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대학원 교수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