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시험 빵점에 동그란 혹, 게다가 동그란 샴페인 거품까지 커다란 동그라미가 줄줄이 그려지던 그 날은 뤼카에게 `재수 없는 날`이 되어 버렸습니다. 엄마가 동생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임신은 온 가족의 기쁨이었지만 뤼카만은 달랐습니다. 세 식구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아기는 왜 또 가지는지, 아기가 태어나도 엄마, 아빠가 자기를 사랑해 줄지, 온갖 걱정과 질문들로 머릿속이 복잡했던 것이지요. 엄마, 아빠가 예전보다 더 관심을 보여도, 할머니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줘도 뤼카의 불안과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 때문에 자신의 생활이 변해 가는 것도 불만스럽기만 합니다. 즐거운 식사도, 바캉스도, 엄마와 함께 보내던 뤼카의 수요일도 망쳐 버린 동생, 자신과 달리 늘 엄마와 함께 있는 동생은 어린 뤼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크고 미운 존재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 뤼카는 엄마가 엎드려 자다가 아기를 깔아뭉개지나 않을지, 흔들리는 차 안에서 아기가 멀미를 하지나 않을지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줄곧 거부해 왔지만, 이미 뤼카의 마음 속에서는 동생에 대한 사랑이 싹트고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