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들은 각자 제 소리를 가지고 있다!
_칼의 세계에 울려퍼진 열두 줄 현의 소리
쓸쓸하고, 장엄하고, 비장하고, 아름답다!
『현의 노래』는 21세기의 소설가 김훈이 불러낸 천오백 년 전 칼과 악기의 ‘소리’다. 그 소리는 곧 몸이고 악기이며 칼이다.
김훈의 손끝에서 태어난 예인 우륵의 한때는, 작가 특유의 유려하고 밀도 높은 언어를 통해, 처참히 무너져내리는 가야국의 현실과 칼의 길과 악기의 길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모여 있거나 흩어져 있으며, 물결을 이루거나 장애물을 찢고 나아가는 소리. 작품 안에서 작가는 삶과 죽음이 ‘소리의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라 말하며, 그 과정에서 소리가 머무는 울림판으로 쇠를 논한다. 쇠의 흐름과 쇠의 내막, 쇠의 세상은 소리의 길과 같다는 것. 또한 정치와 예술, 권력과 욕망, 제도와 풍경, 국가와 개인, 언어와 자연의 대비 역시 다르지 않다.
‘즐거우면서도 흐르지 아니하고, 슬프면서도 비통하지 아니’한 우륵의 노래는, 결국 김훈이 가 닿으려는 ‘소리’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