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부부들의 다양한 위기감을 독백, 편지, 극본, 엽편 소설 등 다양한 형식을 도입해 풀어낸 박혜란의 블랙콩트. 중년의 나이가 되어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또한 제각각의 이슈로 티격태격 살고 있는 열두 부부의 일면을 통해 가난과 질병, 무위와 소외, 폭력, 그리고 성(性)이라는 보편적인 중년의 문제를 연극 보듯, 남의 일처럼 가만히 들여다본다.
읽다보면 사람 사는 삶이 너무나 적나라하여 마음이 아플 수도 있고, 너무나 내 상황과 비슷하여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수도 있다. 현재 이런 문제들에 직면해 있는 중년의 부부뿐만 아니라 아직 앞날이 창창한 젊은 부부들에게도 심한 위기감을 몰고 오기도 할 것이다. 지금 우리 부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준비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무엇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인가, 그것을 판단하는 건 물론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