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준
대학에서는 법학을, 대학원에서는 영화를 공부하고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였다. 94년부터 전 세계의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두 권의 여권에 2백 개가 넘는 스탬프를 찍었다. 뉴욕의 다양한 미술계를 취재한 다큐멘터리 「뉴욕 미술의 힘-다양성」(2003)과 EBS의 제작지원을 받은 장기배낭여행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On the Road」(2005)를 만들었으며, 「On the Road」에 대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On the Road」는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방콕의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상이자 책이다. 이곳에서 전 세계를 여행 중인 장기배낭여행자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다. 저자 박준은 카오산 로드에서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을 여행하고 있는 배낭여행자들을 만나 그들의 흥미진진한 여행이야기를 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마리화나나 피우며 실업연금으로 생활했다는 독일인 요나스, 회사를 그만두고 아시아를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여행하며 명상과 마사지, 요가를 배우고 있는 독일인 안야, 운영하던 제과점을 정리하고 3개월간 인도와 네팔, 동남아로 결혼 30주년 배낭여행을 떠난 김선우 서명희 부부, 쉽게쉽게 시집가는 것 대신 긴 여행을 선택한 윤지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서 학교를 자퇴하고 인도로 간 여고생 이산하, 매일매일 머리를 감는 것으로 시작하는 일상이 지겨워 세계여행을 떠난 심재동 커플 등 『On the Road』는 카오산 로드의 매혹적인 풍경과 함께 이들의 다양한 여행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달되는 작품이었다.
『On the Road』의 후속작『언제나 써바이 써바이』에서는 박준이 만난 사람들은 타인의 삶 속에 더 깊이 들어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고 있는 이들이다. 수십 년 다닌 직장에서 명퇴하고 나서 그 길을 알게 된 사람, 20대에 이미 그 길 위에 선 사람, 삶의 무게를 조금씩 실감하기 시작한 30대와 40대에 길을 나선 사람, 우리는 그들은 봉사자라 부르지만 그들은 그저 몸과 마음으로 삶을 즐기는 또 다른 여행자이다. 이 책은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숭고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무나 할 수 없는 헌신적인 삶의 방식으로 ‘나눔’을 규정짓기보다는, 자신의 한계 내에서, 누구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나눔'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만든 이들이 말하는 나눔은 헌신도 이벤트도 아닌, 삶에 꼭 필요한 취미생활이고, 기다림이다.
2003년 이후 이렇게 꾸준히 프리랜서로 여행에 관한 글쓰기와 사진, 다큐멘터리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온 작가는 나눔과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가길 희망하며 여전히 여행 길에서 우연히 만난 '동행자'를 작품을 통해 그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