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란 무엇이며 왜 우리는 키치를 원하는가? 오늘날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용어로 쓰이고 있지만 실상 그 의미가 제대로 이해되고 있지 못한 `키치`를 본격적으로 분석했다. 달콤함으로 치근대며 비위를 맞추는 `키치`의 정체를 해부하고 폭로하는 한편, 키치의 출현과 확장에 맞서 거짓 낭만과 삶의 기만적 행복에 반항하며 외로움과 소외 속에서 분투했던 현대예술의 궤적을 좇는다.
흔히 우스꽝스럽거나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혼용되어 나타날 때 키치라는 말을 쓴다. 현대화된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불쑥 등장하는 예식장의 첨탑이나 돔 등이 시대착오적인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키치이다. 이처럼 외면으로 드러난 키치적 형태 뒤에는 언제나 키치적 삶의 태도가 도사리고 있다.
구태의연함과 허위의식을 철저히 파괴하려 했던 다다이즘, 상투성과 환상성을 걷어내고자 했던 연극에서의 소격효과, 일말의 감상주의조차 배제하는 자기 부정의 문학인 메타픽션까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예술 전반을 관통하는 철학의 치열한 항해 속에서 예술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