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히 맞물린 톱니바퀴 같았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기다
시작점은 같았지만 자라온 환경이 판이하게 다른 쌍둥이. 그저 그리움과 보고픔으로 자신의 반을 찾아 들어온 보애는 너무 고통스러운 삶에 반쯤 미쳐버린 자신의 쌍둥이언니를 만나게 된다. 보애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인생을 걸어온 그녀를 놓고 오기 힘들어 단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 후, 보애의 앞엔 수영의 때 묻은 주민등록증 하나만 남겨져 있었다. 너무나 닮았던 쌍둥이는 그렇게 삶의 모든 것이 뒤바뀌게 된다.
영리한 작가는 소재의 취약점을 장점으로 만들었다
이 이야기가 1970년대쯤이라면 모르겠다. 아무리 닮은 쌍둥이라 할지라도 조금만 조사해보면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좀 갸우뚱 거려질 부분인데, 작가는 영리하게 시골 촌 동네라는 설정과 기존에 그 인물이 어떻게 행동해왔는지를 중심으로 서로의 상황에 체념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무리수를 최대한 줄였다. 그리고 대화와 상황에 극적인 드라마틱함을 강조함으로서 독자들을 일단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빠져들게끔 유도한다. 비록 살아온 인생이 다르다 해도 그 양쪽이 모두 너무 슬프거나 아주 행복하진 않도록 파급을 조절하여 뒤바뀐 쌍둥이의 삶이 그만큼이나 닮아있으며 동떨어져 있음을 조용히 암시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어쩔 수 없이 운명적으로 끌리는 인연들의 처연한 이야기들이 중간 중간 말을 잃게 만든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른바 ‘오글거리는’ 대사 하나 없이 깔끔한 뒷맛을 남기는 글이라는 점인데, 처해진 상황이 심각한 만큼 냉철하게 다듬어진 대화들은 마치 코앞에서 남녀주인공의 드라마를 보는 듯 선명하다. 소재의 취약점이라곤 말했지만, 이렇게 놓고 보니 오히려 강점이다. 마녀와의 단 하룻밤, 그녀가 바꿔버린 인생엔 어떤 고통이 도사리고 있을까? 그리고, 한 가지 놀랍고도 충격적인 질문 하나. 과연, 누가 마녀 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