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왕조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민초들 속에 숨겨져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찾아내 그들의 비범한 능력과 드라마틱한 삶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 책은 그러한 익숙한 시도 중의 하나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완연히 하나의 장르로 구축된 팩션 소설이나 팩션 영화가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종종 역사왜곡을 일으키는 것과 달리 문헌의 철저한 해석에 근거하여 다양한 역사적 지층을 하나하나 고증해 역사 본연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풀어낸다. 문헌에 나와 있는 역사적 기록을 그대로 풀어내더라도 중인의 삶은 충분히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기 때문에 그 어떤 재배치나 인위적 창작을 가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전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저자는, 조선 후기 위항문학을 연구하면서 수집한 수많은 중인 관련 기록과 문헌을 바탕으로, 『조선의 르네상스인 중인』이라는 이른바 ‘중인실록’을 엮어냈다. 그 어떤 재배치나 왜곡 없는, 사실 그대로의 역사 콘텐츠를 지향한 이 책의 텍스트 만으로도 인문적 소양은 물론, 중인의 곡진(曲盡)한 삶에 배어있는 드라마틱한 재미와 감동까지 충분히 향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조선시대 사·농·공·상이라는 분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경계인으로, 사회적 정체성을 잃었던 중인들. 비록 왕실과 사대부 양반을 보좌하거나 나라의 한직을 채우는 인물로 취급받았지만, 일과 예술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보였던 중인들. 시대의 주류가 될 수는 없었지만, 영조, 다산 정약용, 번암 채제공, 구암 허준, 겸재 정선 등 당대 최고의 인물들은 결국 알아보고야 만 중인들.
이 책은 이같은 중인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